[ET톡]수출 1조달러 시대, 내수에 갇힌 'K금융'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현장에 붉은 기운을 머금은 태양이 수십 대의 대형 크레인 너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현장에 붉은 기운을 머금은 태양이 수십 대의 대형 크레인 너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수출 1조달러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 한국 제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수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은 여전히 내수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다. 국내 금융의 혁신을 이끈 핀테크도 해외 진출에는 소극적이다.

한국 금융은 오랫동안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고객삼아 해외사업을 해왔다. 기업의 현지 투자와 무역거래를 지원하고 교민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필요한 역할이지만 한국 고객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 거점을 늘리는 것만으로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핀테크는 기술을 앞세워 국내 금융 변화를 이끌었다. 전통 금융이 시도하지 않던 서비스로 송금과 결제, 대출의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포화에 가까워지면서 경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한정된 고객을 놓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면서 기술로 차별화하기보다 할인과 포인트, 광고로 고객을 끌어오는 경쟁에 기울고 있다. 떠난 고객을 붙잡기 위해 혜택을 늘리는 구조에서는 이용자가 늘어도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할 여력마저 고객 유치 경쟁에 소진될 수 있다.

이제는 시장을 넓혀야 한다. 국내 금융 변화를 이끈 기술은 해외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신용정보가 부족해 대출받지 못하는 고객, 느리고 비싼 송금·정산 서비스를 감수하는 기업이 해외에도 있다. 한국 핀테크가 축적한 신용평가와 결제, 데이터 분석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어피닛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도 이용자의 선불폰 잔액 확인 수요에서 출발해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한 중저신용자 소액금융으로 사업을 넓혔다. 현지 고객의 불편을 기술로 해결하면서 사업 기회로 만들었다.


이제 수출 1조달러 이후를 준비할 때다.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벌여 온 경쟁에 금융도 뛰어들어야 한다. 국내에서 서로의 고객을 뺏는 데 머물러서는 성장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 해외 고객이 한국의 금융기술을 선택할 때 'K금융'이 현실화할 것이다.

디지털금융부 박두호 기자
디지털금융부 박두호 기자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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