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에서 차세대 골프 스타로 주목받던 15세 소녀가 대회 도중 낙뢰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3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는 태국 차층사오주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한 에야바린 프라둡야트가 지난 주말 번개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농 에야'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그는 사고 당시 31세 여성 캐디와 함께 있었으며, 캐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경 일어났다. 에야바린의 어머니는 경기 도중 이미 두 차례 천둥소리가 들리는 등 기상 악화가 감지됐지만, 대회 관계자들이 곧바로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머니는 “천둥이 크게 울리고 가까운 곳에 번개가 떨어진 다음에야 폭우가 쏟아졌다”며 “그제서야 경기 중단을 알리는 신호가 나왔지만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할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에야바린은 당일 오전 11시경 다른 골퍼 3~4명,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시작해 2라운드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두 차례 낙뢰가 발생한 뒤에도 플레이가 이어졌으며, 세 번째 번개가 내리쳤을 당시에는 11번 홀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이다.
구조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골프장에 응급환자를 이송할 구급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병원으로 옮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할머니는 밝혔다.
병원에 도착한 에야바린은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심장이 약 1시간 동안 멈추는 등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고, 밤사이에도 여러 차례 심정지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약물 등을 이용해 생체 기능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갔다.
사고 당시 미얀마에서 일하고 있던 아버지도 딸의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 도착한 아버지는 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으며, 이후 에야바린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이슬람식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병원 측으로부터 시신을 인도받았다.
가족들은 위험한 기상 상황에서 경기를 계속한 점과 사고 이후 구조 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제 골프대회 안전 지침상 기상 레이더나 전하 탐지 장비 등을 통해 뇌우가 접근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경기를 중단하고 선수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회 주최 측은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하고 골프장 운영사와 함께 사고 발생 과정 및 현장 대응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7일로 예정됐던 3라운드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에야바린은 태국 촌부리주 방라뭉 출신으로, 6세부터 골프를 배워 약 8년간 실력을 쌓아왔다. 올해 3월에는 주니어 아시안 투어 개막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그를 지도했던 코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는 “갑작스럽고 잔혹한 번개가 너를 데려갔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