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민주당 의회 권력 장악 '블루쓰나미'…대미통상 여건 촉각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되는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LA 투표소 앞에 18개 언어로 표시된 투표 안내문. 한국어로 '여기에서 투표하십시오'라고 쓰여있다.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되는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LA 투표소 앞에 18개 언어로 표시된 투표 안내문. 한국어로 '여기에서 투표하십시오'라고 쓰여있다.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연방 의회 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내년 1월 초 제120대 의회가 출범과 함께 미국 정치권이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의 대치 정국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안보 및 경제 전반에도 막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재편되는 미 의회 권력 지형은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대미 투자 이행은 물론, 현지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 중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우리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등에 370억달러를 투입해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포함해 총 26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가 양국 행정부 간의 합의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등 현행 법안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의 성패는 의회 권한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공장 설립에 필수적인 각종 환경 인허가, 용수와 전력 등 기반 시설 확충 예산, 기업들의 현지 수익성에 직결되는 '세액공제(Tax Credit)' 예산 승인권이 모두 의회에 쥐어져 있다. 의회 지배권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정책 집행 속도가 지연될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먼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쓰나미'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환경 및 전력 관련 규제의 강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민주당 특성상,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폭증에 따른 전력망 과부하 문제와 탄소 배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입법화할 수 있다. 이는 AI 인프라 확장에 맞춰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환경 규제 대응 비용 급증과 인허가 지연 등과 같은 영향이 단기적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 관련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과 중동발 유가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쥐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압박에 제동이 걸리는 동시에, 환경 문제를 이유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화석연료 중심의 대미 투자 사업 집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거시경제의 최대 복병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회가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책과 군사적 개입을 견제하고 외교적 해법을 압박할 경우,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완화되며 치솟던 국제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한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미 조선 협력 기조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헹정부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해군력 강화는 초당적 이슈라는 점에서 조선 분야 동맹국 협력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선업 재건 필요성은 민주당 정부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로, 한화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발표 당시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한미 정부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 조선·방산 분야 한미 협력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선거 결과가 국내 주력 산업의 명암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우리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부와 국방부,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등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국내 외교·안보 및 산업·통상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특히 우리 거시 경제와 외환 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에도 대비해 선거 종료 직후 관계 부처 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 시점에서는 양국 통상 환경을 예단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 의회와 행정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한미 통상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아웃리치 등을 적극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미 전략투자가 한미간 경제안보 협력 증진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기여하고 우리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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