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ray(엑스레이) 검사장비 기업 자비스(대표이사 김형철)가 미국 에너지 설비 기업과 전극셀 자동화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35억7,644만원으로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278억9,539만원의 12.82%에 해당한다. 계약기간은 2026년 11월 3일부터 2027년 5월 23일까지다. 최근 매출액의 10%를 넘어서는 규모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 대상이며, 공시에 따르면 자비스가 해당 기업과 동종 계약을 맺은 것은 최근 3년 내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개별 장비가 아니라 조립 자동화 라인 하나를 통째로 맡았다는 것이다. 단품 설비를 납품하는 것과 달리 공정 순서 설계부터 장비 간 연동, 라인 전체의 동작 검증까지 책임지는 구조여서 공급사에 요구되는 범위가 훨씬 넓다. 자비스가 공급하는 설비는 고객사 제품의 조립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 속도와 품질 균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라인 단위 공급은 한 번의 납품으로 끝나지 않는 구조이기도 하다. 고객사가 생산 능력을 늘릴 때는 이미 검증을 마친 라인 사양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이 표준이어서, 첫 라인을 구축한 공급사가 후속 라인에서도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라인 단위 수주가 단발성 공급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계약 조건에서도 요구 수준이 드러난다. 대금은 발주와 최종 설계 검토(FDR), 공장 인수 시험(FAT), 현장 인수 시험(SAT), 최종 인수(FA)의 5단계로 나뉘어 지급된다. 설계 단계부터 현장 가동까지 매 단계 고객사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다. 역으로 이 검증을 통과했다는 것은 해당 고객사의 자동화 설비 공급사로 자격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계와 제작, 조립, 시운전까지 전 공정은 자비스가 직접 수행한다. 자비스는 지난 8월 제2공장을 개소해 전사 생산 능력을 1.5배로 늘렸다. 생산 전 과정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만큼 물량이 늘어도 납기와 품질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번 계약으로 자비스의 자동화 설비 사업은 에너지 설비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자동화 설비 사업은 X-ray 검사장비와 별개로 제조 현장에 들어가는 자동화 설비를 개발·공급하는 사업으로, 단품 장비 납품에서 라인 전체를 맡는 단계로 올라섰고 해외 고객과 대형 계약을 맺으며 무대를 넓혔다.
자비스 관계자는 “정밀도와 반복 정확도가 함께 요구되는 조립 공정으로, 정밀 계측과 자동 제어 기술을 축적해 온 것이 라인 전체를 맡는 계약으로 이어졌다”며 “설계 검토부터 현장 인수까지 단계별 검증을 거치는 조건인 만큼 계약 기간 안에 일정과 품질을 차질 없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여건도 뒤를 받친다. 글로벌 산업자동화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조사기관에 따라 2,216억~2,750억 달러로 집계된다.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2,216억 달러에서 2031년 3,431억 달러로 연평균 7.55%, 마켓츠앤마켓츠는 2,750억 달러에서 2030년 4,352억 달러로 연평균 9.6% 성장할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자비스의 자동화 설비 사업은 검사 기술에서 출발했다. 20여 년간 X-ray 검사장비를 만들며 쌓은 정밀 계측과 자동 제어 기술이 검사를 넘어 생산 라인 자체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회전광학계(Rotating Optics) 기반 파우치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를 양산 출하했고, 배터리 고속 CT 인라인 검사기로 'InterBattery Awards 2026(인터배터리 어워즈)' 장비 부문에 선정됐다. 자비스는 검사와 자동화 두 축으로 산업별 수요에 대응하는 사업 구조를 갖춰 나갈 방침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