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소액·초고속·초빈번 거래 가능해져 관리 비용도 절감”
주식과 부동산 등 고가 자산을 작은 단위로 쪼개 거래하고, 국경과 시간의 제약 없이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산 토큰화(RWA·실물자산 토큰화)가 투자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전통 금융시장의 거래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KBS 유튜브 채널 '경제한방'에 출연해 자산 토큰화의 개념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자산 토큰화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가치가 있는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증표인 토큰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시장의 복잡한 정산 절차를 줄이고 자산을 작은 단위로 나눠 거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 대표는 토큰화의 핵심 장점으로 '3초'를 제시했다. 초소액·초고속·초빈번 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액 단위의 거래를 빠르고 빈번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소액, 초고속, 초빈번 거래가 가능해지면 관리 비용도 굉장히 떨어진다”며 “그동안 원장을 따로 관리했다면 이제는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 굉장히 쉽고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가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정 대표는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례로 들며 한 주를 10개 또는 100개 단위로 쪼개 24시간 거래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도 소유권이나 투자 권리를 잘게 나누면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도 한층 쉬워질 수 있다. 국내 주식이 토큰화되면 한국 증시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던 해외 투자자들도 보다 편리하게 국내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 시간과 참여자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24시간 거래에 참여하고 거래 빈도까지 높아지면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미국의 자산 토큰화 확대 움직임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토큰화된 자산의 거래를 활성화해 해외 투자자금을 미국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유입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자본시장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미국이 한국 기업들에 자국 시장 상장을 권유하면서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득할 경우 국내 증시의 자금 유출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도입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금융 감독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과제로 꼽았다. 중개기관을 줄이면 거래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지만, 기존 금융기관이 담당하던 투자자 보호와 관리·감독 기능까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극도의 효율화를 위해 중개자를 뺀 게 과연 정답인가”라며 거래 효율성만 추구하기보다는 금융시장에 필요한 관리·감독 체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