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민간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상품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제 지원 입법으로 투자 유인을 확보하고, 대출한도 확대와 증권사 참여 등 운용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 3월 17일 제도 시행 이후 설정된 BDC는 전문투자자 대상인 신한자산운용의 '신한혁신기업성장투자신탁제1호'가 유일하다. 이달 4일 기준 설정원본은 360억원이며, 기준가는 설정 당시보다 약 0.79% 올랐다. 일반투자자까지 모집하는 상품 출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정책세미나에서는 BDC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 전용계좌 투자금 1억원 한도로 BDC 배당소득에 9%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지만 입법 절차가 남아 있다. 일부 운용사는 지난 4월 세제 지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상품 출시를 미루거나 논의를 중단했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제도가 만들어져도 투자자가 외면하면 의미가 없다”며 “일반 국민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위험에 상응하는 유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배당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출한도 확대도 논의됐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한도를 우선 40%에서 50%로 높이고, 부실률과 배당 안정성을 점검해 추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한도는 주투자대상기업 투자금액의 40%다.
다만 대출 비중을 늘리더라도 기존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자금이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배당을 위해 대출이 필요하지만, 피투자기업은 지분투자에 목말라 있다”며 담보와 실적이 부족한 기업에 맞는 성장자금 공급을 강조했다.
운용 주체를 넓히고 후속투자를 제약하는 한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옥형 유진투자증권 상무는 “중기특화 증권사의 기업금융 경험을 BDC 운용에 활용해야 한다”며 “동일 기업 투자한도는 투자 방식별로 나누지 말고 펀드 자산의 20% 안에서 유연하게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윤 기자 sy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