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서 100일간 5000㎞ 표류한 가족 9명…새·거북이 잡아먹고 버텼지만 5명만 극적 구조

연료 떨어진 소형 선박, 항로 이탈해 실종… 어린이 포함 4명 사망

태평양에서 소형 선박을 타고 이동하던 가족 9명이 연료 부족으로 항로를 이탈한 뒤 약 100일간 표류하다가 5명만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빗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새와 거북이를 잡아먹으며 버텼지만, 어린이 1명을 포함한 가족 4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7월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실종된 가족 9명 가운데 5명이 최근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타부아에란섬에서 구조됐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당초 목적지에서 약 4800㎞ 이상 떨어진 지점이었다.

생필품 조달을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항로를 이탈해 약 3개월 간 바다에서 표류한 미크로네시아 가족. 사진=Dennis Patrick Tatireta
생필품 조달을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항로를 이탈해 약 3개월 간 바다에서 표류한 미크로네시아 가족. 사진=Dennis Patrick Tatireta

생존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테드윈슨 폴(31)은 가족들과 함께 인근 섬으로 생필품을 운반하기 위해 길이 약 6m의 소형 선박에 올랐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오갔던 익숙한 항로였지만, 귀가 도중 선박의 연료가 떨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배는 바람과 해류에 밀려 항로를 벗어났고, 가족들은 그대로 망망대해에 고립됐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미국 해안경비대는 군용 및 민간 선박과 항공기를 동원해 약 2만5000제곱해리의 해역을 수색했다. 그러나 열흘 동안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하면서 수색을 중단했다.

가족들은 표류하는 동안 멀리 지나가는 선박과 항공기를 발견할 때마다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빗물을 받아 마셨으며, 새와 거북이를 잡아 식량으로 삼았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족 4명이 잇따라 숨졌고, 시신은 바다에 수장해야 했다.

표류한 지 약 100일이 지난 10월 말, 가족들은 마침내 멀리 섬 하나를 발견했다. 이튿날 선박은 키리바시의 타부아에란섬 해안에 좌초하면서 산호초에 부딪혀 두 동강 났다.

살아남은 사람은 성인 남성 3명과 13세 소년 2명 등 총 5명이었다. 생존한 이들은 지난 1일 일요일 아침 교회 종소리를 따라 마을로 향했다. 당시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극도로 야윈 상태였으며,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들은 처음에는 이들이 술에 취한 줄 알았지만, 곧 심각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구조에 나섰다. 예배를 진행하던 목사도 예배를 중단하고 이들을 살폈다.

현지 간호사 바우킨 라이몬은 생존자들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구조 이틀 뒤인 3일 기준 성인 남성 3명은 혼자 설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지만, 13세 소년 2명은 여전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다.

폴은 구조 이후 미크로네시아 당국 관계자와의 영상통화에서 살아남은 데 감사하면서도 숨진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크로네시아 축주 정부는 성명을 통해 “5명이 살아 돌아온 데 감사하며, 목숨을 잃은 4명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해안경비대 역시 생존자들이 발견돼 치료받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감을 나타냈다. 현재 미크로네시아와 키리바시 당국은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귀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태평양에서는 악천후나 엔진 고장 등으로 소형 선박이 표류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미크로네시아에서 엔진 고장으로 일주일간 표류한 가족이 미국 해안경비대에 구조된 바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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