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 외국인 국내 약국 소비액이 1년새 세 배가량 급증하면서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화장품과 피부 미용 의약품을 전면에 내세운 '뷰티 약국'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사업 확장과 맞물려 약국이 K뷰티 오프라인 유통 창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8일 한국관광데이터랩 의료관광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1조8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했다. 이 기간 약국 소비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96.1%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수요가 몰리면서 주요 관광 상권의 약국 개설도 급증했다.
서울시 약국 인허가 정보 기준 서울 중구 내 약국 수는 지난해 10월 177곳에서 올해 10월 214곳으로 1년 새 20.9% 늘며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홍대 상권이 있는 마포구는 10.4%, 성수동이 위치한 성동구는 9.4% 각각 증가했다.
이들 상권에 들어선 뷰티 약국은 여드름 치료제, 기미 완화 제품, 연고 등 피부 관련 일반의약품과 기능성 화장품을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면세 혜택을 내세워 외국인을 유치하고 있다.
약국 내부에는 약사보다 판매 직원이 더 많다. 명동·동대문·성수동 등에 지점을 둔 '레디영 약국'처럼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해 외국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마스크팩과 더마코스메틱을 홍보하는 체인형 약국도 등장했다.
단기간에 점포가 몰리다 보니 현장에서 아시아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약국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뷰티 약국 확산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장품 사업 확장 및 국가별 의약품 허가 기준 차이와 맞물려 있다. 해외에서는 처방전이 필요한 일부 피부 외용제를 국내에서는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으로 '센텔리안24'를 선보인 동국제약은 뷰티 사업 확장을 위해 사명을 'DK 센텔리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대형화·전문화하는 약국이 화장품 판매에 치중하다 보면 의약품 판매와 복약 지도라는 기본 역할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백, 여드름 완화 등 기능성 제품에 대해 상세히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방문객이 많은 약국은 고객이 약사와 상담할 수 있는 동선을 충분히 확보하고 충실한 복약 지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