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허무효 요건...`제도 개선` 필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15년 IP5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최근 5년간 특허 무효율 현황

특허 무효화 기준을 `자명성(自明性)`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진하 카이스트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 운영위원은 최근 열린 IP기업위원회(백종태 위원장)에서 “국내 지식재산(IP)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특허 무효율부터 낮춰야 한다”며 “무효 판단 기준을 `용이성`이 아닌 `자명성`으로 바꾸면 객관적 입증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특허 무효화를 주장하는 상대방이 자명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충분한 입증이 됐을 때 무효 판결을 내리면, 자연스럽게 무효율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특허법상 진보성 요건으로 `용이성` 도입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특허법 제29조(특허요건) 제2항은 미국 `자명성`과 유럽 `진보성` 기준을 잘못 도입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목적의 참신성, 구성의 비자명성, 효과의 현저성 등이 고려돼야 할 무효 판단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핵심 잣대가 된 것이다. 게다가 통상 기술자 수준에서 용이하다는 이유로 무효 판단을 받으면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5년 기준으로 총 449건의 특허 무효심판에서 무효심결(인용)된 건수는 202건으로 45%의 무효율을 기록했다. 전년도(2014년 53.2%)보다 수치가 떨어졌지만 20%대 수준인 일본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최근 5년간 특허 무효율 현황 자료. (단위:건, %) / 자료: 2016년도 국정감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요구자료(Ill), 특허청, (2016. 9.)
최근 5년간 특허 무효율 현황 자료. (단위:건, %) / 자료: 2016년도 국정감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요구자료(Ill), 특허청, (2016. 9.)

특허 전문가들은 무효율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 △특허기술 자체의 저급성 △특허명세서·청구항의 미흡성 △심사관 업무과다로 인한 심사품질 저하 △심판관과 판사의 전문성 부족 △특허법상 진보성 요건으로 `용이성` 판단 규정 등을 꼽는다.

실제로 용이성과 자명성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지만 국내에서는 동일하게 취급한다.

KAIST-AIP IP기업위원회 정기 회의. (왼쪽에서 3번째) 박진하 카이스트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 운영위원, (왼쪽에서 4번째) 백종태 IP기업위원장
KAIST-AIP IP기업위원회 정기 회의. (왼쪽에서 3번째) 박진하 카이스트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 운영위원, (왼쪽에서 4번째) 백종태 IP기업위원장

특허청 심사 단계에서는 미국 자명성 기준이 반영되지만 특허심판원, 나아가 특허법원으로 갈수록 문언적 해석(용이성)으로 판단되고 있어 용어 개정이 필요하다.

2015년도 기준 IP5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 비교. (단위:건) / 자료: 2016년도 국정감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요구자료(Ill), 특허청, (2016. 9.)
2015년도 기준 IP5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 비교. (단위:건) / 자료: 2016년도 국정감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요구자료(Ill), 특허청, (2016. 9.)

또 미흡한 특허명세서와 과중한 심사관 업무도 문제다. 세계 5대 특허청 협의체 `IP5`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를 비교하면 2015년 기준 한국은 221건으로 일본(164건)보다 무려 57건이나 많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심사처리기간이 짧다는 것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과중해진다.

백종태 IP기업위원장은 “특허는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며 “입증이 어렵고 주관적인 `용이성`은 훌륭한 기술을 잃게 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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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권 IP노믹스 기자 yk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