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으로 실탄 채운 VC, PE로 영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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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벤처캐피털(VC)이 투자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대형 VC도 속속 사모투자(PE)로 영역을 넓히는 등 벤처투자 시장에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상장으로 실탄 채운 VC, PE로 영역 확대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아주IB투자는 올해부터 사모펀드(PEF) 결성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이달 중 1000억원 규모 '큐리어스-미래에셋SUTT 기업재무안정 PEF' 결성을 시작으로 PE부문과 해외투자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는 “올해 중으로 PE부문 운용자산(AUM)을 4000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신규 펀드를 추가해 6000억원까지 AUM을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관리보수, 성과보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상장한 아주IB투자도 PE부문 확대가 올해 핵심 과제다. 아주IB투자는 지난 3일 산업은행이 핵심출자자로 참여하는 성장지원펀드 그로쓰캡(Growth-Cap) 부문에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올초 NH투자증권과 공동 업무집행사원(GP)으로 1060억원 VC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PE부문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주IB투자 관계자는 “스케일업펀드부터 PE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인력 충원 등 PE부문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우아이비캐피탈도 지난해 상반기 620억원 규모 나우2호기업재무안정 PEF를 결성했다. 지난해 기업구조혁신펀드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매물로 나온 스킨푸드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앞서 상장한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도 린드먼아시아투자조합12호 자기자본 투자 비중을 높이고 후속 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등 영역 확대에 한창이다.

이처럼 VC의 PE시장 진출이 이어지는 이유는 초기 단계 벤처투자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스틱이나 IMM 등 시장에서 업력이 오래된 VC는 PE로 투자를 선회한 지 오래”라면서 “최근 중대형급 VC가 연이어 상장을 추진한 이유도 자기자본을 확충해 PE 등 투자를 원활하게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대형 VC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분사 등 형태로 PE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벤처투자조합 운용자산(AUM) 규모가 7위에 달하는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PE부문을 분사해 LB프라이빗에쿼티를 설립했다. 아주IB투자와 마찬가지로 성장지원펀드 분야에 도전장을 제출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미 2017년 PE부문을 전담하는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인적분할했다. 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PEF를 운용하고 있다. VC펀드 운용자산 업계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 역시 PEF AUM규모를 약 6000억원까지 확대하고 있다.

공공영역의 스케일업, 구조혁신 부문 자금 공급 증가도 PE부문 확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 등 정책당국은 동일기업 투자한도를 폐지하고, 성장지원펀드 자펀드 규모를 대형화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VC의 PE시장 진출이 벤처투자 시장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기대만큼 보수를 채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기업 가치(밸류에이션) 자체도 많이 비싸졌다”면서 “증권사가 기업공개 직전 기업(프리IPO)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도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