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빛좋은 개살구'…연간 40억원도 못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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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들어선 서울 영등포 민자역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들어선 서울 영등포 민자역사>

롯데쇼핑이 영등포역사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며 얻은 연간 수익이 4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백화점의 점포당 연 순수익이 100억~2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액수다.

이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롯데쇼핑 소유가 아닌 롯데역사 소속 점포이기 때문이다. 롯데역사는 민자역사개발을 위해 1986년 설립된 업체로 롯데지주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68.3%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롯데쇼핑도 롯데역사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분법 수익을 가져갔으나 2017년 롯데지주 출범과 동시에 롯데역사는 롯데쇼핑을 떠나 지주체제 산하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롯데역사와 경영관리계약을 맺고 백화점 운영에 대한 대가로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의 10%만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를 기타매출액으로 계상한다.

그룹 입장에선 백화점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쇼핑에게 계열사의 점포 운영을 맡겨 효율성을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백화점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서 가져가는 수입이 턱없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쇼핑 IR팀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 국내 33개 점포의 순매출은 3조1200억원에 달한다. 연간 EBITDA는 8000억원 규모다. 그 중 매출기준 상위 4번째 점포로 꼽히는 영등포점의 EBITDA는 4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작년 롯데백화점의 EBITDA 마진율은 25.6%로 롯데쇼핑 전체 마진율(7.08%)을 훌쩍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은 롯데역사와 맺은 경영위수탁 계약에 따라 EBITDA의 10%인 40억원만 수익으로 가져간다.

최근 벌어진 입찰 경쟁에서 영등포역사 수성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 입장에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이유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빛좋은 개살구'…연간 40억원도 못 챙겼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롯데백화점의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만 5550억원에 이른다. 영업외비용과 법인세 비용을 감안해도 점포당 20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라며 “알짜점포인 영등포점에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이 롯데역사를 통해 롯데지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롯데쇼핑과 롯데역사가 경영위수탁 계약을 맺은 롯데백화점 대구점도 영등포점과 마찬가지 구조다. 민자역사가 뛰어난 입지 조건으로 주요 상권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감안하면 롯데쇼핑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면 롯데역사는 10명이 채 안되는 직원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롯데쇼핑이 점포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판관비 등의 비용을 우선 부담하면, 롯데역사가 운영비용의 100%와 수수료를 롯데쇼핑에 지급하는 형태다. 지난해 롯데역사의 영업이익은 23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롯데역사와 롯데쇼핑의 경영위수탁 계약은 오는 8월 종료된다. 최근 영등포역사 수성으로 롯데백화점 운영 기한이 연장된 만큼, 계약갱신에서 수수료 비율을 상향 조정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대구점에 대한 지분이 없기 때문에 계약상 명시된 수수료만 수취한다”며 “영등포점의 매출 규모에 비해 수익금이 적은 것은 맞지만,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수수료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