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기판 경쟁력 강화 시급하다

정부가 수입 주기판에 대해 부과하는 긴급조정관세가 올 연말로 끝날 것으로보여 국내업체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아직까지 수입제품과 비교해 국산 품은 가격과 품질 등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해 연말까지 외산품과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95년부터 긴급조정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면 국산품에 비해 성능면에서 뒤지지않으면서 가격은 현격히 싸게될 수입외산품이 소비자에게 선호될 수 밖에 없을 것임이 명백하다.

대만산 주기판의 가격이 국산품보다 월등히 싸 한때는 수입물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수입 주기판에 대한 조정관세는 지난90년이후 대만과 홍콩등지의 저 가형 주기판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산제품 판매가 급감하고 이로인해 주기판 업체들의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돼 도산하는 업체들이 잇따르자 국내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지난 91년10월 국내업체들이 무역위원회에 산업피해 구제신청을 냈고 다음해3월 무역위원회가 산업피해 실사와 공청회등을 거쳐 산업피해 판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 5월11일 주기판 산업피해 구제조치로 11%로 설정한 기본관세율을 CPU가 포함된 제품은 25%, 그리고 CPU없이 수입한 제품은 20 %씩의 조정관세를 매기고 있다. 정부가 조정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대만과 홍콩산 주기판 수입량은 크게 줄었고 상대적으로 국내업체들은 제품 생산에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정부가 올들어 수입 주기판에 대한 조정관세율을 20%에서 15%로 지난해보다 5%씩 내리자 수입물량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는 총 16만7천대가량의 외산품이 들어왔으나 올들어 지난6월까지 대략 11만대가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20만대 가량의외산 주기판이 수입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조정관세가 5% 내린 이후 대만산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조정관세를 덜 물고 싼 가격에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CPU없이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이로인해 주기판을 생산해 오던 국내업체들은 제품판매가 줄어들고 컴퓨터제조 업체들은 원가절감차원에서 가격이 싼 대만산 제품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국산제품의 가격이나 품질이 대만산과 경쟁을 할 수없다는 데 있다.

우선 사용자들이 국산품보다 가격이 싼 대만산을 선호하고 있으며 품질도 우수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책없이 조정관세부과 기간이 끝나면 대만산과 국산품과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국내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것은 확실하다.

이런점을 우려한 한국전자공업진흥회 주기판분과위원회는 지난해 아직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조정관세부과기간을 오는 95년 까지연장해 달라는 건의를 정부에 낸 바 있다. 연말까지 조정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연말경이면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이와는 별도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산품과의 경쟁에서 사실상 견디기가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동안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었으나 주기판업체들이첨단제품이나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말 해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어주었으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은 뒤로 미뤄놓고 우선 제품을 파는 일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국내업체들중에는 그린주기판과 펜티엄 주기판등을 개발해 나름대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국산품이 외산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면 성능이 월등히 앞서든가, 성능이 비슷하면 가격이 싸야 하는데 이런 요건을 만족시킨 국내업체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만 주기판업체들은 더 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인건비가 낮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부품공동구매와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지금까지의 타성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제품을 개발해 갈수록고급화하는 컴퓨터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위해서는 해당업체들이 주기판분야에 대한 기술개발과 시설투자, 원가절감 등에 주력해야 할것이다.

정부는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조정 관세부과 연장건의가 단순히 보호막의 연장이 아닌 경쟁력 강화시책의 일환임을 인지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처리해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