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41)

차량번호를 조회해보니 이토 토푸사의 사장 아들 자동차다. 현재 19살인아이는 이즈 고속도로상에서 교통위반이 몇 번 있을 뿐, 다른 기록은 없는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쿠자하고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야즈는 뉴도쿄 시내 중심지로 가는 마루노우치 출구를 타고 나간다. 고층건물 숲에 가까이 감에 따라 교통이 번잡해진다.

『참으로 먼 길을 오셨습니다.』

지친 동반자에게 말을 건다.

『멀고도 사건 많은 길이었죠.』

고비도 동의한다.

『여기가 묵으실 호텔입니다. 좀 쉬셔야죠. 내일 아침 여덟시에 다시 시작하면 될까요? 모시러 오겠습니다.』

고비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답한다.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그랜드 인터페이스 호텔은 어느 그룹사의 34층에 위치하고 있다. 맞은편으로는 성곽 주위를 둘러싸는 녹색 외호와 회색 석벽의 옛 황궁이 보인다.

도어맨이 고물이 다 된 오토바이의 트렁크에서 고비의 짐을 드는 동안 고비가 잠시 머뭇거린다.

야즈가 묻는다.

『무슨 일이시죠?』

『아무것도 아니오. 고맙소.』

일본인은 동정적인 눈으로 고비를 바라보더니 안심하라는 듯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그 일은 앞으로 두 시간은 더 있어야 일어날 겁니다. 그때에도 별일은 없을 거구요. 걱정 마십시오.』

『특별히 충고해줄 말은 없소? 뭐 어떻게 하라든가 하는 것 말이오.』야즈가 그를 바라본다. 이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다.

『궁극적인 비밀은 죽음뿐일 것입니다.』

절을 하더니 도모의 시동을 걸고는 호텔 플랫폼에서 멀어져간다.

고비는 시원하게 보이는 흰 대리석 로비로 들어선다. 미니멀한 형식으로광활하다.

첫눈에는 버려진 사막 같지만, 흰색에 눈이 익숙해지니 잰 걸음으로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뉴도쿄의 악마의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아니면 그랜드 인터페이스에 이상한 손님들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프론트 데스크에 가서 리셉셔니스트에게 말한다.

『체크 인을 하려고 하오. 이름은 고비오.』

『아, 고비 박사님이세요? 어서 오십시오!』

검정색 양복에 줄무늬 타이를 한 젊은 남자가 절을 하고는 화면을 힐끗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