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주권이 무시되는 풍토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소비자를 두려워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먼저 생각하는 생산자의자세와 의식전환이 있을 때 개방체제의 무한경쟁을 극복해 갈 수 있는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생산제품의 결함을 솔직히 시인하고 적극적인 애프터서비스(AS)로 대처해 나갈 때 소비자들은 그 기업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LG전자가 최근 올해초부터 시판한 「싱싱나라」냉장고의 성애제거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결함제품에 대해 모두 무상수리·환불 또는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발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LG전자가 자체 정밀조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결함내용은 성애제거를위해 설치한 시스템이 최근 습도가 높은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냉장고 안쪽에쌀알 크기의 얼음이 생기거나 냉각성능이 떨어지는 등 장마철이라는 특수한기후조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쉬쉬 하면서애프터서비스로 처리할 문제를 사실상 리콜제(제조자 결함시정제도)나 다름없는 특단의 조치를 자발적으로 단행한 것은 LG전자의 소비자 보호와 서비스에 대한 시각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전자업계에서 자발적 리콜제를 실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화기와 올해 어린이용 PC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해 각각 리콜을실시했고, 또 YC&C도 지난 5월 노트북PC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대해 그것도 대상물량이 총 24만대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인 리콜은 처음이다. 더욱이 LG측의 주장처럼 적어도 1백5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실 감수는 물론 기업 이미지가 흐려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결함을 스스로밝혔다는 점에서도 대단한 결단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가전업체들은 자사제품에 어떤 하자가 발생하면 가급적 쉬쉬하면서 숨기려던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기업의 이미지가 떨어져 제품판매에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였다. 사실 LG전자도 이번 냉장고 리콜 조치를 단행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콜에 따른 비용손실도 크지만 냉장고뿐 아니라 TV 등 다른 가전제품 판매에도 상당한 영향을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전자가 기능의 이상을 인정하고 공개한 것은 현재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 제품결함을 숨길 수도 없거니와 결함을 숨길 경우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회사로 인정받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앞으로 어떤 제품에서든 기준 이상의 불량이 발생할 경우 공개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라할 수 있다. 이번 LG전자의 용기있는 조치는 고객만족 경영의 실천사례로 다른 경쟁업체의 고객지향 마케팅과 고객만족 경영을 한층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전자업계에도 리콜제가 일반화돼야 한다. 이는 소비자보호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신뢰도 제고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전자업계의 리콜제 확대는 궁극적으로 전자제품의 질이나 안전에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되어야 한다. 문제는 생산자의 의식전환이다. 법적강제나 행정제재에 앞서기업 스스로 소비자를 항상 의식하고 결함없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 봉사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소비자는 왕이란 말도 있듯 고객이 등을 돌린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실패한 기업이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처럼 생산자의 우월적 지위에 안주하여 고객만족에 소홀하는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치열해질 대내외 경쟁에서도 이겨나갈수 없다. 자기나라 소비자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생산자가 어떻게 더까다롭고 세련된 외국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를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 또한 결함제품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할 수 있게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제품판매에 악영향을 주는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자발적으로 결함을 시인하는 기업에 대해 불신하기보다신뢰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의 자세가 이러해야만 우리 전자업체도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