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일부 유명 소프트웨어에서 잇달아 결함(버그)이 발생해 말썽을 빚고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선의 자바 버추얼머신, 넷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 등 소프트웨어들이 잦은 버거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보도다.
미국의 한 소프트웨어 테스트업체가 윈도용 소프트웨어 중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10개를 선정, 테스트한 결과 3백개 이상의 버그를 발견했으며 이 가운데 80개는 컴퓨터 파괴까지 몰고올 심각한 수준이었다는것으로 치명적 버그 발생율이 무려 27%에 달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자들은 흔히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이 워낙 복잡해지고 커지다보니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동안 사용자들도 버그에 대해 관대하게 받아들여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버그도 버그 나름이다. 단순히 짜증스럽게만 느끼게하는 것에서부터 컴퓨터의 성능을 다소 저하시키는 것, 외부침입을 허용해 귀중한 자료를 파괴하거나 나아가 전체 시스템을 셧다운시키는 것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들어서는 이같은 버그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고, 또 절대 발생해서는 안될 곳에서 나오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버그가 이쯤되면 사용자들의 관용과 아량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세계적인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버그 파동은 향후 소프트웨어 버그 문제가 사이버 문화 확대와 연계, 어디까지 파장을 몰고올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장차 정보사회에 끼칠 악영향의 서곡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이다. 소프트웨어가 복잡해지고 다기능화할수록 또 이를 이용한 시스템에 우리가 의지하면 할수록 버그의 폐해는 원자력발전소의 핵누수에 비견될 만큼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지금까지 나타난 버그는 업체간 지나친 경쟁이 빚은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기술력이 떨어져서 이같은 버그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촉박한 출하일정에 무리하게 맞추려다 보니 버그가 나왔다는 편이 설득력 있다.
『실제로 베타테스트 중 심각한 버그를 발견했어도 출하일정에 밀려 이를 고치지 못하고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는 어느 개발자의 실토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체간 경쟁에 앞서 완벽성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 개발자들은 보다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품질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업체는 특히 버그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간경쟁에 이기기 위해 「지름길」을 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 지름길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성을 잃게해 파멸을 초래할 길이기 때문이다. 늦더라도 성공으로 이르는 진정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업체들이 소프트웨어협단체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근절운동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제품에 하자가 없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결함은 그동안 업계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불법 소프트웨어 근절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말았다. 업체는 하자 있는 제품을 제값을 주고 사는 소비자들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사용자들도 이제부터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전제품에 고장이 나면 우리는 어떻게 서비스를 받아왔으며 또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서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사용자들이 할 일이다. 불법복제는 철저히 근절하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 품질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정보화시대의 구매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