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34)

검문소.

검문소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사내는 차 속도를 더 줄이고, 돈가방을 의자 밑으로 내려놓았다. 종이로 된 돈가방이었다. 남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종이로 된 허름한 가방이 더 안전하다는 안경 낀 사내의 의견이었다.

검문소를 피해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남자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몇 차례 이곳을 지나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저한 준비. 안경 낀 사내는 남자와 동행하여 이미 몇 차례 이곳을 답사했던 것이다. 아무리 많은 돈일지라도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남자가 이 작업에 직접 가담하는 것을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안경 낀 사내는 남자에게 안전에 대한, 해상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안경 낀 사내는 철저하게 준비되었다는 확신을 남자에게 주었던 것이다.

안경 낀 사내는 남자에게 차량도 제공했다. 남자 몫의 현금을 운반하여 준비된 배로 떠나고 나면 그 사내가 나중에 끌고 가기로 되어 있었다. 외부 형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기능은 최첨단으로 되어 있었다. 내부가 많이 개조되어 있었다. 차량 속도도 디지털로 되어 있었고, 차량의 현재 위치가 이미 기록된 지도에 표시되어 나타나는 액정모니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모니터에도 검문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방조제. 조금 더 지나서 방조제 표시가 나타났었다. 검문소를 지나고 나면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방조제가 액정화면에 나타났었다. 사내는 차의 속도를 좀더 줄였다. 천천히. 여유 있게 다가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몇 차례 이곳을 지나면서 단 한번도 직접 검문을 받아보지는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앞으로 몇 개의 검문소가 더 있을 것이지만 각 검문소마다 심하게 검문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남자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 예측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남자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안경 낀 사내에게도 더 이상의 확답을 받지 못했다.

언덕바지. 조그만 언덕바지를 오르면서 뒤에 몇 대의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사내는 더욱 속도를 줄였다. 몇 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다가서게 되면 좀더 쉽게 검문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검문소. 경찰관이 있었다. 붉은 지시등을 손에 쥐고 검문소 앞에 있었다. 차를 세웠다. 경찰관이 다가오고 있었다. 등줄기로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