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이 CIS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지고 있다.
CIS지역은 그동안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물량이 TV와 VCR을 중심으로 매년 30% 이상씩 급증, 국내 업체에게는 황금어장으로 부상했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CIS지역이 미국과 유럽에 이은 제3의 수출 주력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 그동안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CIS지역 곳곳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개하는 등 상당액의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CIS시장의 7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해 가전3사가 집중공략해온 러시아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 대한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10∼15% 가량 감소했고 특히 러시아지역의 수출은 30% 이상 크게 줄어드는 등 더이상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4월까지만해도 CIS지역으로의 VCR 수출물량이 월 7만∼8만대에 달했으나 5월 중순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이 지역으로의 수출물량이 기존의 30% 정도로 급감했으며 TV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또한 올해부터 이 지역으로의 수출을 본격화한 백색가전 제품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난 1/4분기에는 전년대비 약 30% 정도 늘었다가 2사분기에는 전년대비 20% 정도 줄어드는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역시 지난 4월까지는 전년대비 약간의 성장세를 보여온 CIS지역으로의 가전제품 수출물량이 5월들어 크게 줄기 시작, 최근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수출하는데 그치고 있고 대우전자도 최근 들어 냉장고 수출이 거의 막히는 등 CIS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가전업체들이 CIS시장으로의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CIS지역의 중심시장인 러시아시장이 최근 비수기로 접어든데다 금융위기가 겹쳐 수요가 크게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올들어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일부 국내 업체들이 무려 50% 정도에 달하는 수입관세를 피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우회수출 또는 관세를 물기전에 그지역 딜러에게 제품을 인도하는 등의 방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러시아 인근지역에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 반제품형태로 수출한 제품을 현지에서 조립해 공급함으로서 관세율을 낮추거나 주 수출선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다른 CIS지역 국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시장의 경우 소비자들이 올초 실시된 화폐개혁을 고려해 가전제품을 미리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까지는 이 시장이 급성장을 지속했으나 올들어 이같은 구매성향이 사라져 수요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이자율이 최근 무려 2백%에 달할 정도로 급등, 딜러들의 활동이 둔화되고 있으며 임금체불문제도 심각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거의 소멸돼 이같은 수출감소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