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중기대표 간담회 의미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22일 청와대 중소기업대표 초청간담회는 그 시기나 내용에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시기적으로 지금은 정부로서도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은행-중소기업 퇴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버티기」가 한계에 다달아 긴급처방을 내려야 하는데다 벤처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김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직접 중소업계와 정부간의 핫라인(대화창구) 설치, 중소기업 정책자금 상환연장, 신용보증 여력확대, 공공기관 중기제품 구매확대 등을 독려하고 이례적으로 업계대표 22명 중 전통적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 및 영상매체업계 대표 9명을 포함한 것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풀이다.

김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 앞서 21세기 국가주도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 문화부문 벤처기업들의 대정부 건의를 듣기 위해 관련 벤처기업 대표을 대거 초청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간담회에서는 제조업체 경영자들의 발언 못지않게 영상, 정보통신 분야 대표자들의 목소리가 높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선물」도 적잖았다.

정보처리기술 자격증소지자가 하드웨어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병무청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에 정부가 모범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내년도 예산을 편성, 공공기관의 정품 소프트웨어사용을 의무화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특히 김석기 애니메이션(만화영화)제작자협회장은 열악한 국내 만화영화산업의 발전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영상물디지털화 사업에 정부가 자금지원을 확대해주고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 배순훈 정통부 장관으로부터 연내 2백38억원 지원약속과 정부지원의 22개 전문교육기관에 애니메이션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토록 한다는 답을 얻어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청와대간담회는 그동안 정부의 중소기업지원 및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정책따로 집행따로」식으로 흐르던 것을 대통령이 직접 챙김으로써 정책효율을 높이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