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폐지 공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영상산업시장 개방을 둘러싼 원론적인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 국내 비디오, 영화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외국 메이저 영상회사들이 직배 10년동안 많이 벌어갔을 뿐 한국시장에 대한 현지투자는 없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지투자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해당 외국회사들의 몫이다. 그러나 중견 영화감독 홍파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단행본을 통해 『외국 메이저 직배사들이 한국 영화, 비디오산업에 대한 투자약속으로 한국 영상산업인들의 직배 반대투쟁을 잠재웠던 과거』를 강조, 한국 영상산업인들의 시장개방에 대한 시각을 대변했다.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크린쿼터 철폐요구까지 고개를 들면서 한국 영상산업인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의 국내 영화관은 외국 직배영화들의 텃밭이었다. 전세계 최대의 흥행력을 가진 할리우드영화들이 거의 시차없이 한국시장을 맹공했던 것이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UIP-CIC, 20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컬럼비아트라이스타, 월트디즈니컴퍼니 등 주요 회사들이 88∼97년까지 총 4백23편의 영화를 직배상영해 1억1천1백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3천2백64억여원을 벌었다. 이 중 1천6백13억여원의 로열티를 본사에 송금했다.
이에 반해 한국영화계는 외국영화 직배가 본격화하면서 연간 1백여편에 이르던 제작, 상영편수가 급감해 93년 69편, 95년 62편, 96년 55편, 97년 60편에 머물렀다. 한국영화의 관객동원수와 수입이 왜소해진 것은 물론이다. 작년에 한국영화는 1천2백1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약 6백억원을 벌어들인 반면 외국영화는 관객 3천5백40만여명에 약 1천7백84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전반적으로 외국영화가 3배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비디오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대 직배사들이 91∼97년까지 1천6백61편을 직배해 약 3천6백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약 1천7백49억원을 로열티로 본사에 송금했다. 특히 직배사들의 비디오 품목들은 매월 각 프로테이프 제작, 유통사들의 주요 상품으로 취급되면서 관련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비디오업계는 직배사들의 「A급」작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B, C급」작품들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소화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비춰 한국 영상산업인들의 『어느 정도는 한국시장에 재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리해가며 시장(직배)을 내줬는데 그 출혈에 대한 일말의 반대급부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하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직배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한국의 영상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작품의 질도 떨어지는 등 지원, 투자의 위험도가 높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각 직배사들의 현지경영인들이 높은 위험도를 감내하면서까지 투자할 만큼 안정적인 위치(인사)가 아닌 점에 비춰 당장 현지투자가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