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방송법의 제정 공포 이후 시행령에 관한 논의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작업을 누가 주도해야하는가」 「통합 방송위원회의 권한이 과연 강화된 것인가」 「방송위원회의 사무처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방송 정책 결정권을 놓고 방송위·문화부·정통부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등 쟁점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 모든 쟁점들이 이번에 제정되는 방송법 시행령에 포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행령을 어떻게 제정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향후 방송 정책의 향방이 달라지고 방송 사업자 구도도 전면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문화부는 지난 토요일 방송법 시행령(안)을 공식 발표했다. 문화부는 앞으로 구성되는 방송위원들과 협의해 시행령을 보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종합유선방송위원회는 「2000년 새 방송위원회의 역할과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방송법 시행령에 담아야할 주요 내용과 방송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주요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박형상(변호사)=통합 방송법은 준입법권 부분에서 세부 시행권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위원회 규칙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또 준사법권 부분은 거의 배려하고 있지 않다.
방송위원회가 진정 독립 규제위원회가 되기 위해선 「대통령령에서 상하 대강의 기준을 정한 다음 구체적인 내용을 방송위원회 규칙으로 재위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무처 조직 역시 필수적인 인원 조직 및 규모만 대통령령으로 제시하고 세부 내용에 대해선 방송위원회 규칙에 위임해야 한다. 방송위쪽에서 정부와의 연락 인원의 필요성, 공무원 파견 가능성, 협의 기능 자체를 전면 거부할 필요는 없다. 공무원 파견과 관련해 파견범위, 특정 공무원 거부권 또는 교체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또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 추세에 맞춰 방송 전문가뿐 아니라 통신정책 및 기술전문가를 사무처 조직 구성에 반영해야 한다.
방송법 자체는 결코 방송산업진흥육성 및 산업규제법이 아니다. 방송의 공익성 구현에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면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방송 시장 개방 및 전파 월경문제, 국고지원 및 예산문제 등은 정부를 무시하고선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또한 방송법의 제반 규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방송위원회가 조사 및 감시기능을 갖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종 허가·추천·등록·승인 요건의 준수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박선영(경기대 겸임 교수)=대통령령에 상하의 대강만 정하고 다시 방송위원회 규칙에 위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방송법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내용이나 형식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윤곽법에 그치고 말았으며 그 자체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 그러한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이 또 다시 방송위 규칙에 그 내용을 재위임하는 것은 「복위임금지」라고 하는 법리에도 위배된다. 방송위원회에 공무원 파견 근거를 두는 것은 반대한다.
방송법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불명확한 개념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시청자 대표성」 「시청자 단체」 등의 개념이다. 방송법의 소유 관련 조항에 명시된 「특수 관계자」 「점유율 및 사업자수」 등의 개념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BS에 대한 수신료 지원 조항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문이다. 모법에서 EBS에 대한 지원 비율을 정했어야 하는데 이를 무책임하게 하위법령에 위임, 문제발생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광고의 시간, 방법, 횟수 등에 대해서도 당연히 모법에서 그 한계를 명확히 했어야 했다. 방송사의 편성비율도 시간대별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도·오락·교양 등 3분법은 이미 효율성을 잃었다. 시청자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은 대통령령과 위원회 규칙간에 상출할 우려가 있다. 향후 모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해야 한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역시 선정방법, 선정절차, 책임소재 등의 문제를 시행령에서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김동욱(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2월중 방송위원회가 구성되면 9명의 방송위원들 의견이 방송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위원회 출범시 「금융감독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위원회 설립준비위원회」가 충분히 의견을 개진한 것도 참고가 될 것이다.
새 방송위원회는 그간 정통부가 주도해 온 방송기술정책 분야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산하 위원회인 방송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 방송발전기금관리위원회 등 4개 위원회 위원들은 민간인으로 하되 비상임으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각 위원회의 위원장은 방송위 상임위원이 전문성을 갖춘 분이라면 2개의 위원회 위원장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송위원회 사무처는 사무총장 지휘하에 정책기획국·평가조사국·심의국·시청자 지원국·총무국·감사관 등 기능별로 조직하는 게 매체간 융합 서비스 및 사업 영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무처의 인력은 사무총장을 포함해 모두 190명 정도로 하고 정규 상근직 외에 계약직 전문위원을 충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송정책 연구기능은 현 방송진흥원의 연구기능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 방송진흥원을 방송회관(재단)의 관리기능과 정책연구기능을 분리해 위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해야한다.
△김은미(국민대 언론학부 교수)=방송위 사무처 조직의 전문성 확보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동안 위원 구성의 주요 쟁점은 정치적인 대표성이었으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화되면 전문성이 더욱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물론 예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실증적 자료의 수집 및 분석을 위한 전문성 있는 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또 방송이 규제에 의존하는 사업에서 자율적인 경쟁에 의해 움직이는 산업으로 변모하면 할수록 방송위원회가 관장해야할 부문은 점차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정윤식(강원대 신방과 교수)=방송위원회 사무처의 구성은 효율적인 방송정책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는 사무처의 위상, 신분과 직위, 실·국·과 구성과 운용에 대한 정교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직원의 신분과 관련해선 민간인 신분으로는 부처간 정책결정과정이나 대외 관계에서 대표성 확보가 곤란하므로 별정직 공무원으로 하고 사무처 구성은 정부 부처에 상응하는 실·국·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송위원중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간의 역할분담 문제도 검토해야할 과제중 하나다.
방송법은 방송의 기본계획 심의 의결시 방송영상정책 관련 사항은 문화부 장관과 합의하고 방송기술 및 시설에 관한 사항은 정통부 장관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영상정책이라는 개념이 광범위해 부처간 마찰의 소지가 있다. 또 유사방송의 심의, 방송과 통신의 융합문제 정책 결정시 정통부와 방송위간 분쟁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 시행령 제정시 부처간 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영묵(방송진흥원 선임연구원)=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에 방송정책권이 넘어간 정책적인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합의제 행정기구는 정책수립 및 집행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은밀한 거래」와 「무정책의 정책」 등이 대표적인 폐해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방송위원 선임과정에 검증장치가 필요하며 정책실명제, 회의공개 등 투명성 제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향후 방송위원회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핵심적인 우군은 시청자 시민사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위원회는 시청자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과 시청자 액세스 관련 정책은 방송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의지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정리=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