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통부와 산자부 정책조율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의 정보기술(IT) 산업정책 조율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24일 정보통신부 손홍 정보통신정책국장과 산업자원부 김종갑 산업정책국장이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튼 후 양측 실무자들이 수시로 접촉하면서 IT산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 31일에도 두 부처 몇몇 과장들이 마주앉아 그동안 중복업무로 지적돼 오던 음성인식기술·e비즈니스·포스트PC산업 육성·기술표준화 문제 등을 중심으로 폭넓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돼온 IT 산업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생산적인 모임’이라는 점에서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환영할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불협화음만큼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게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로서는 양측의 만남에 대한 득실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몇 번의 만남 이후 들려오는 소리는 다소 회의적이다.

 “서로 만나기는 하지만 IT 산업정책과 관련해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양보할 게 별로 없다” “상대방이 우리 부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해 주질 않는다.”

 최근 만남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전하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IT 산업정책을 추진하면서 생긴 불필요한 오해를 풀게 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IT 산업정책을 발표하면서 언론으로부터 중복업무로 지적받은 정책이 상대방을 의식해 ‘견제용으로 내놓은 정책이 아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바꾼 것만 해도 그동안 첨예한 대립관계에 비춰 보면 큰 성과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적 양보나 타협에서는 종전 입장과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양측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협력과 페어플레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양상이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IT정책의 조율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계속돼온 갈등이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겠는가. 몇 차례 만남으로 명쾌한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렇다고 협의를 중단하고 종전처럼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정리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양측의 인력과 시간 낭비로 인한 손실을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IT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양부처의 정책 추진에 이 눈치 저 눈치를 봐야하는 기업들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이번 만남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측이 어렵게 결단해 시작한 ‘만남’이라면 어떤 형태든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티격태격해온 IT 산업정책과 관련해 불필요한 신경전을 없애고 정책적 효율화에 바탕을 둔를 진지하고 사려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처 이기주의에 매달려 대민 서비스 향상과 업무효율성 제고를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두 부처가 앞으로 IT정책을 추진하면서 합의사항을 실행에 옮기지 않거나 파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의 하나 구체적인 실천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또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소하도록 해야만 한다.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IT정책은 거시적인 전략 아래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만남이 ‘밀린 숙제’를 하듯 당면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데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차제에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는 IT 산업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문제를 챙기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양측 실무진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IT정책과 관련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대화를 통해 미진한 부분을 차차 풀어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IT산업정책을 둘러싼 두 부처의 다툼은 이제 더이상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