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300㎜ 웨이퍼를 이용한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반도체산업의 역사는 기억용량 확대와 생산원가 절감이 핵심이었다. 국내 반도체 산업, 특히 메모리산업은 지난 80년대 64k D램부터 시작해 지금은 512M DDR SD램을 양산할 정도로 발전했다. 정보시스템의 고도화로 집적도가 큰 반도체 수요가 늘었으며 집적도가 상대적으로 큰 제품일수록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음은 물론이다.
웨이퍼는 가격이 비싸 반도체 생산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웨이퍼 직경이 짧을수록 반도체 다이도 적게 나오고 자투리로 버리는 웨이퍼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300㎜ 웨이퍼는 이런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꿈의 제품으로 알려져왔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양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고집적 반도체 512M DDR SD램 양산은 고집적 반도체를 저렴하게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이나 일본·대만 등 경쟁국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일이다. 또 고집적 반도체를 300㎜ 웨이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그동안 성공 가능성에 적지 않은 회의적인 시각들을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이다.
물론 삼성의 300㎜ 웨이퍼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대형 웨이퍼 제품으로 라인을 교체하는 것에 위험이 따르지 않느냐는 우려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려 조 단위의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것이고 보면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조달 문제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고, 또 앞으로의 반도체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갈 경우 너무 위험이 크지 않느냐는 시각을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반도체, 특히 메모리는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는 불황 사이클에도 투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 자체가 지니고 있는 위험스러운 특성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크다고 해서 투자를 늦춘다면 반도체 호황이 오더라도 경쟁사보다 제품 출시가 늦어져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은 위험성은 있지만 대형 웨이퍼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기적으로 경기변동이 심해 위험 부담이 큰 메모리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반도체업체의 공통된 과제다. 특히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대부분 수출 위주기 때문에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크고 또 국내 경기도 그것에 의해 좌우될 만큼 중요성이 높다.
따라서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 조기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