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법 파고를 넘자](1)중소기업 PL대응 현황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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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물책임법(PL법) 시행이 코앞에 닥쳤지만 단 한번의 PL사고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소비자보호와 제품경쟁력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도 불구하고 PL법 시행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다. 존립기반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PL법 파고를 극복하도록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 업계, 관련 단체 및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유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전방위적 대응체제를 구축, PL법이 소비자와 제조업자를 갈등관계에서 상호보완 관계로 전환하고 전자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자신문은 산자부·중기청 후원으로 전자제품PL상담센터와 공동으로 중소기업들의 대응전략과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해본다.  

<중소기업 PL대응 실태>

 제조물책임(PL)법 실시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조물책임의 주체인 기업들의 PL인식과 대응방안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정보와 인력의 부족, 경제적 여건 미비 등으로 인해 PL법 실시를 코앞에 두고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경영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고액의 배상책임이 발생하면 곧바로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소 제조·유통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봐야 알지 않겠느냐’는 태도에서 ‘어느 한 기업이라도 시범케이스에 걸려 봐야 PL법 실시에 따른 효력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중소기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PL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PL법 시행의 근본취지는 물론, 어떤 경우 PL에 해당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책임의 범위는 어떤지, 개요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PL에 대해 알고 있어도 손쓸 여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1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PL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PL법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기업’이 74.5%로 나타나 지난 2000년 말 조사 당시의 22.9%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반면 ‘PL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업은 18.9%로 2000년 말 13.7%에 비해 소폭 상승한 데 그쳤고 PL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은 여전히 1%에도 못미쳤다.

 글자 그대로 인원과 자본이 중소규모인 중소 제조업체들은 PL과 PL법 시행에 대해 안다해도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인력 및 경제적 여력의 부족으로 인력과 재원을 투입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자부, 중기청, 소보원 등 여러 정부기관에서 실시하는 PL제도 및 대응방안 설명회나 교육제도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에만 PL제도 설명회를 18회 개최했고 올들어서도 13회나 개최했다. PL대응방안 리플릿을 7만부, 가이드북은 5만부 이상 제작해 배포했다. 올해 500여개 중소기업 PL추진요원을 대상으로 PL교육을 실시했고 연간 3000개 중소기업에 대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관련 교육비도 50%씩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PL상담요원 양성교육, 중소기업 CEO에 대한 PL교육, PL대책 추진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 다방면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참여율을 높이고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으로까지 이어지는 가시적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PL설명회나 교육에는 정원미달이 일쑤고 PL 지원업무를 맞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은 중소기업의 피드백이 부족하다 보니 중소기업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모 중소기업 CEO는 이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인력난과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상황에서 여력이 있는 기업도 제품생산과 납품, 자금회수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데 언제 PL교육에 참여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한마디 말로 그 원인을 설명한다.

 알면서도 참여하기 어렵고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PL법이 몰고 올 태풍의 위력 앞에서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이 상황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PL대응에서 또 하나 지적되는 것은 PL법은 품질만 개선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그릇된 인식이다. 100%에 가까운 완벽한 품질 상태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가운데 발생하는 것이 PL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속에서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의존 경향이 상당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완성품 제조업체인 대기업에 부품 및 조립품을 납품하거나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자체 생산제품을 판매한다. 따라서 PL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대기업 및 대형 유통업체가 1차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자신들의 이미지 때문이라도 문제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PL법의 근본취지를 논하거나 PL법 시행 전부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소비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소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중소기업들은 소비자 안전을 추구하라, PL대응 활동을 문서화하라, 업계 공동의 PL대응책을 모색하라는 말보다 다달이 돌아오는 대금결제와 직원들의 임금, 제품 납기 맞추는 데 투자할 여력도 모자라는 입장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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