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의 안정성이 제품선택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제조업체들이 내년 3월부터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인체흡수율(SAR)을 공개키로 합의함에 따라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메이저업체가 SAR마저 낮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경우 중견·중소업체들이 시장경쟁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후발업체들이 한발 앞서 역공을 펼 경우에도 SAR를 둘러싼 시장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SAR 낮추기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지난 4월부터 SAR의 기준으로 1.6W/㎏을 최고치로 채택해 시행하고 있으나 업체들이 공개를 꺼려 효력에 의문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SAR의 기준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SAR의 공개를 결정한 이상 업체들이 전자파 발생을 낮추는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전화단말기는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주요 기능인 통화시에 전자파가 발생하기 때문에 SAR를 낮출 경우 통화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무턱대고 SAR를 낮췄다간 통화품질 저하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데 제조업체들의 고민이 크다.
노키아 등 세계적인 업체들도 통화품질을 유지하면서 SAR를 낮추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정관 부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적인 업체들이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밖으로 발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SAR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휴대폰에 발생하는 전자파는 기준치만 넘어서지 않으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대동소이한 데도 불구하고 수치만을 강조할 경우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SAR의 의미가 호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이인석 상무는 “기술수준 등을 고려할 때 업체들이 무리하게 ‘SAR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선도업체보다는 후발업체들이 SAR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