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지구촌 월드기업

 변화가 빠른 IT산업은 굴러들어온 돌과 박혀 있는 돌간의 자리싸움이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시장내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선발기업들과 새로 진입해 입지를 마련하려는 후발기업들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전략도 다양하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관련 하드웨어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시장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가 하면 자국시장에서 성장기반을 확보한 업체들은 해외 메이저 업체들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기도한다.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제패의 꿈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을 분석해본다.

 ◇하이얼=중국 최대의 백색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자국시장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해외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에 본사를 두고 지난 84년 사업을 시작한 하이얼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독일의 냉장고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을 시작한 84년 약 348만위안(42만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0년 400억위안(약 48억달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현재 해외시장에서의 입지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화 경영전략을 채택, 이미 미국·일본 및 유럽 등지에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냉장고·에어컨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생산되는 컬러TV와 휴대폰을 해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하이얼은 또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해외 유명업체와 전략적인 제휴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산요전기와 포괄적 제휴를 맺고 일본에 합작회사를 설립, 자체 브랜드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산요와의 전략적 제휴에는 제품 판매 이외에 주요 부품 생산 및 조달 및 기술제공 등 광범위한 협력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한국 세탁기 시장공략을 위해 무역업체인 OK24와 계약을 체결하고 하이얼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향후 유럽시장에서 고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하이얼 등 7개 컬러TV 업체들의 가격과 수량을 받아들여 유럽시장 재진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시장목표의 확고한 설정 △체제 개혁 △기술 및 서비스 수준 향상 △자본시장 진입 등 장기적인 대응책을 통해 세계적 입지를 확고히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GE=GE는 종업원수 34만명, 매출규모 1000억달러 이상의 초일류기업으로 최근 3년 연속 회사가치 세계 1위를 기록한 IT업계의 골리앗이다.

 GE는 창립 1세기 동안 이어온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근 중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의 현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대만 등을 주축으로 한 아시아의 도전이 점차 강력해지면서 현지화를 통해 인건비·재료비·물류비 등의 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경쟁력이 상실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계 업체들이 저가제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 모색이 절실해졌다.

 실제 하이얼·창흥 등 중국 현지업체들은 월마트·베스트바이 등의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 미국 시장에서 GE의 아성을 잠식하는 실정이다.

 이 회사는 이런 급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련의 타개책으로 아시아 지역의 공급업체들로부터 완제품과 부품을 구매하는 전술을 채택했다.

 현재 한국·중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공급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GE가전의 매출이 전체 가전부분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아웃소싱 비중이 높다. GE가전은 그룹의 규격에 맞춰 생산된 전자레인지·에어컨 등을 아웃소싱업체로부터 공급받아 미국과 유럽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 GE의 CEO 제프리 임멜트는 “오는 2005년까지 GE의 매출 중 50억달러가 중국에서 나오고 50억달러 상당의 제품이 중국에서 아웃소싱될 것”이라고 말해 GE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으로부터의 아웃소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 회사는 유럽에서 GE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의약장비·산업시스템에 이르는 다양한 업체의 인수를 통해 유럽지역의 경쟁력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삼성전자는 과감한 설비투자, 지속적인 연구개발, 고가제품, 경영정책의 혁신이라는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매년 3조원 가까이 자금을 투자하는 반도체 분야의 경우 절대강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하이엔드 전략을 채택한 휴대폰도 중국을 주축으로 한 전세계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밖에 냉장고·TV 등의 가전 제품도 이미 세계기업의 반열에 오르며 소니·GE·필립스 등이 지배하던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는 실적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제너럴일렉트릭(GE)·IBM과 함께 세계 IT산업의 빅4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분기 세계 주요 11개 IT기업들의 실적을 조사한 자료에서 이 회사는 매출·영업이익률·순익률·영업이익·순익 등 총 5개 항목 중 매출을 제외한 4개 항목에서 모두 4위 안에 포함됐다.

 순이익률은 19.2%를 기록,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3%대에 머무른 인텔과 노키아를 멀리 따돌린 상황이다.

 영업이익률에서도 각각 45.5%와 25.6%의 성적을 올린 MS와 IBM에 이어 3위(21.1%)를 차지, 19.4%에 그친 인텔을 앞섰다.

 순익면에서도 14억6900만달러의 실적을 나타내 27억4000만달러의 MS, 25억300만달러의 GE에 이어 3위에 올라섰고 11억9200만달러의 흑자를 낸 IBM을 능가했다.

 삼성의 중국시장을 비롯한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홍콩의 이스턴이코노믹리뷰지가 지난해말 선정한 10대 다국적기업에 처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혁신성은 소니와 캐논보다 높은 2위로 평가돼 주목을 끌었다.

 

 ◇MS=소프트웨어의 절대강자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영업을 확장, 게임·컴퓨터 등의 하드웨어 선두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판매 마진율 85%의 ‘윈도’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토대로 IT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 소프트웨어에 이어 하드웨어에서도 절대강자로서 자리를 잡아 영원한 IT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PC 기능을 일부 수행할 수 있는 게임기 ‘X박스’를 출시했다. 이어 이 회사는 PC가 개인적인 용도에서 디지털시대의 축으로 변화하고 있어 새로운 컴퓨팅 기기와 기술이 차세대 컴퓨팅 혁명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봐 포스트PC로 불리는 ‘태블릿PC’를 내놓았다.

 태블릿PC는 기존 노트북PC와 달리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전자펜으로 문자나 그림을 워드파일이나 오피스에 입력할 수 있고 무선랜을 통해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개념을 담은 신개념 PC다.

 MS는 지난해 연방법원으로부터 반독점소송에서 사실상 승리판정을 받아 천년제국 건설을 방해하던 장애물을 제거했다. 이는 MS가 핸드헬드 컴퓨터와 휴대폰 등 휴대형 정보기기 및 TV 셋톱박스·인터넷 서비스 등 새롭게 부각하는 IT 시장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MS는 스마트폰을 앞세워 휴대폰 운용체계(OS)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미국 AT&T와이어리스, 유럽 이동통신업체인 오렌지 등과 제휴해 휴대폰 OS인 ‘스마트폰 2002’가 탑재된 휴대폰 시판에도 나섰다.

 ◇노키아=인구 550만명의 핀란드를 일약 IT강국으로 도약시킨 노키아는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시장내 선두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게임기능과 PC기능이 첨가된 휴대폰·게임시장에 경쟁업체보다 한발짝 먼저 진입, 시장점유율을 유지·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05년에는 9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게임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일본 세가와 손을 잡고 게임기 겸용 휴대폰 ‘N게이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 cdma2000 1x 등 3세대 서비스 도입으로 이동전화 단말기가 음성 외에도 문자·그림·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처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PC의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도 개발했다.

 노키아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업종 업체와 전략적인 제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쓰시타전기산업과 제휴를 체결하고 가전기기와 휴대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마쓰시타의 단말기에 자사가 자랑하는 무선기술을 탑재해 세계시장에서 휴대폰 시장의 입지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노키아는 경쟁력 확보의 가장 확실한 바탕은 기술력에서 나온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현재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130여개국 가운데 14개 나라 54곳에 R&D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종업원의 35%에 해당하는 1만8600명을 연구분야에 배치하고 있다. 매년 R&D 투자액도 어지간한 대기업의 연간 매출에 해당하는 29억8500만달러에 이른다.

 현재 노키아는 연구개발의 초점을 맞춰 오래 써도 고장없는 실용적인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술·제품 디자인·기능측면에서도 결코 경쟁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바탕위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