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MS, CRM시장도 접수?

 소프트웨어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와 같은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은 ‘악몽’이다. 오라클·시벨시스템스 등 베이지역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MS가 곧 CRM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CRM은 콜 센터의 판매 인력과 고객 서비스 요원이 고객 계정을 추적, 관리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MS의 시장 진출은 공교롭게도 기존 CRM 업체들이 기술 지출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뤄졌다. 그래도 CRM 업체들은 의외로 겉으로는 느긋한 표정이다.

 피플소프트의 CRM 담당 부사장 겸 본부장인 조 데이비스는 “MS의 시장 진입은 지켜봐야겠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며 “MS는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MS는 CRM 시장 진출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MS는 당초 지난해 말 자체 CRM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고 언제 이를 선보일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피플소프트 등 CRM 업체들이 MS를 두려워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MS가 보통 수십억달러 기업인 자신들의 주 고객층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MS는 대신 직원수가 25명에서 500명인 중소업체를 상대할 예정이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의 분석가인 스캇 넬슨은 “이런 중소 규모 업체 중 고객의 과거 구매 전력과 판매 주문을 처리하는 특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업체는 5%가 채 안된다”고 추산했다.

 중소기업 상대 CRM 판매업체는 베이지역 넷레저·인튜잇·세일즈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업체들마저 ‘고릴라’ 같은 MS와 경쟁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자신한다. 인튜잇의 사장 겸 CEO인 스티브 벤네트는 “우리는 오랫동안 MS와 정면으로 대결해왔다”며 “인튜잇의 ‘퀴큰’이 MS의 ‘머니’를 누르고 금융기획 소프트웨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넷레저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흐 넬슨도 “우리는 MS의 신규 시장 진출이 중소기업의 잠재된 CRM 수요를 촉발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넷레저는 오라클과 제휴를 맺고 ‘오라클 스몰 비즈니스’로 판매되고 있다.

 넬슨은 MS의 CRM 시장 진출을 IBM이 83년 최초의 관계 데이터베이스(DB)를 판매하기 시작할 때와 견줬다. IBM은 새로운 형태의 DB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훨씬 규모가 작고 IBM이 개발한 DB를 판매해오던 오라클의 사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시장조사기업 애버딘그룹의 분석가 크리스토퍼 플래처는 “MS의 등장이 다른 CRM 업체들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업체가 마음놓고 MS를 반긴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석했다. 그는 “MS는 풍부한 자금력 이외에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어 ‘무서운 경쟁자’로 변할 수 있다”며 “MS는 자사의 다른 소프트웨어를 소기업에 판매하는 많은 협력업체군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 MS CRM은 아웃룩에 포함돼 접근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CRM 업체들이 모두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며 “MS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지역 업체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업체는 CRM의 선두업체인 시벨시스템스가 꼽힌다. 분석가들은 시벨과 MS의 공략계층이 다르더라도 시벨의 입지가 위태롭게 될 것으로 점쳤다.

 가트너의 넬슨은 “MS가 저가 제품에 기능을 계속 추가한 오랜 전례를 따를 경우 시벨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며 “시벨과 다른 대형 CRM 설치업체들은 너무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S가 기능을 추가할수록 시벨 같은 업체가 수백만달러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S는 자체 CRM 패키지를 사용자당 395∼1295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애버딘의 플래처도 “MS의 CRM이 대기업 이용자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더라도 대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MS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