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풀리지 않는 숙제

 벤처업계에는 두가지 잘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하나는 증권시장통합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프라이머리 CBO발행의 문제다.

 두가지 다 오래된 과제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합의나 의견수렴없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벤처업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향후 이것이 어떻게 매듭지어지고 평가될지에 대해 정책실명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책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시장 개편문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아닌가 싶다.

 당초 단일거래소로 통합한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설명은 세계적인 증시통합 추세와 지방분권화시대 그리고 통합 시너지효과였다. 그러나 세계적 증시통합 추세는 정보통신기술 혁명을 바탕으로 지리적 제약을 벗어난다는 것이지 정부에 의한 인위적 통폐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의 증시통합안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거래소와 선물시장을 통합하려는데서 나온 듯한 인상이 짙다. 그러니까 코스닥시장은 이 개편안에 갖추기 식으로 끼워넣어 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안은 단일거래소내에서 각 사업본부의 운영이 독립적일 것이라는 것만 강조하지 정작 코스닥시장 등록기업이나 등록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어떤 충격과 불이익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코스닥시장의 정체성과 의미를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언급도 없다.

 검증되지 않은 시너지효과에 납득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번 증시 개편안만 해도 경쟁에 의한 시장 개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코스닥시장이 가지는 수십조원대의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금융조달 기능과 의미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코스닥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한 새로운 증권시장이다.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의 경영문화를 수십년 앞당겨 선진화시킨 최고의 공헌자다. 벤처기업인과 젊은 과학도들이 새롭게 지향하게 된 꿈의 시장인 것이다.

 이렇게 숫자로 산정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코스닥시장의 가치를 간단히 처리하려는데 벤처산업 종사자들의 낙담이 큰 것이다.

 미국경제의 활력은 신성장산업이 가져다 주는 면이 크고 이 신성장산업은 나스닥으로 대표되는 증권거래시스템이 없으면 생각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코스닥시장 없이 우리경제의 새로운 견인차와 성장동인을 발견해내고 가꾸어 나가긴 힘들다.

 증시 개편에 이어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프라이머리 CBO 발행에 관한 문제도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재정경제부가 나섰다.

 지난 수년간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청이 주도해서 수조원 발행해 왔으나 그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많자 올해에는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그동안 문제되어 온 것은 시장에서의 적정한 가치평가가 어려워지고 오히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며 실제로 수혜받은 대부분의 기업이 상환불능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다 심각한 모럴해저드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정부는 이번 발행규모가 기존 발행규모보다 작고 이미 지적된 문제를 보완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피부로 와닿는 내용은 별로 없는 듯하다. 시간과 대상을 정해놓고 돈을 푸는 방식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지금은 M&A 및 양질의 투자시장 활성화에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번의 조치는 그 반대의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책결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시개편과 프라이머리 CBO 발행에 대한 정부의 탄력있는 정책적 고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 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kvca05@hana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