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A에 무게둔 벤처 육성

 참여정부가 벤처 재도약 방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정책의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엊그제 확정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보면 그런 판단을 하게 한다.

 일단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양산되는 부실 벤처기업을 M&A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고, 벤처 투자자금의 유일한 회수시장이었던 코스닥 또한 침체기를 겪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회수시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올바른 결정이다. 특히 이제 벤처의 육성은 지원책이 아니라 건전한 생태계, 즉 먹이사슬의 형성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벤처 특별법 개정안은 그동안 M&A를 가로막아왔던 대부분 규제조항을 과감히 걷어내 벤처업계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에 한정했던 M&A대상을 상장·등록을 포함한 다른 법인의 주요 주주까지 확대한 것이나 피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 승계요건을 완화한 것은 한때 유행했던 인수후 개발(A&D)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는 조치로 여겨진다. 특히 M&A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주식교환을 통해 취득한 주식의 양도소득세 과세시기를 종전 주식 교환시점에서 처분 시점으로 이익실현 때까지 유예해준 것은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이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한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내년 3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우선 그동안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M&A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는 계기로 작용해 우량기업과 부실기업간 합병이나 이업종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활성화할 것이 틀림없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M&A는 하나의 테마를 형성할 정도로 관심사란 점에서도 그렇다. 코스닥기업의 30∼40%를 잠재적인 M&A매물로 봐도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이고 보면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해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M&A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모든 제도는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M&A 역시 마찬가지다. 편법적인 상속, 경제력의 집중, 부당한 내부거래 등이 그림자다. 물론 이번에 이런 그림자를 고려해 법안을 개정했지만 미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그림자를 두려워한 나머지 M&A의 도입이 늦어져서는 안된다.

 관련 법만 마련된다고 모든 게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M&A에 따른 주식교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피인수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기업 가치평가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IT기업의 가치는 기존의 자산, 수익, 시장 평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 여기에는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사면초가의 자금난에 처한 기업이라고 해서 그 회사의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고, 별다른 기준 없이 헐값에 매입하려고 드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M&A 추진기업도 건전한 재무구조 구축이 중요한 목적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합병으로 인해 얼마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한 자세가 필요하다. 인수기업은 M&A를 통해 기존 비즈니스 경쟁력이 얼마나 강화될 수 있을지 고민한 후 결정해야지 단순히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차원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