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손오공(상)

콘텐츠 사업의 핵심 전략인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떠오르고 있다. 하나의 소스 콘텐츠로 다양한 부가 사업을 창출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작년말에 실시된 코스닥 공모주 청약에는 5370억원의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며 39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손오공은 바로 OSMU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일반인에게는 ‘장난감’을 만드는 업체 정도로 알려져있지만, 손오공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완구 등 매우 광범위한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며 성공신화를 열어가고 있다.

손오공은 96년 설립 이후 OSMU 전략에 맞춰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계속 추가해왔다. 초기 매출 10억원대의 단순 완구 제작업체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 사업을 덧붙이면서 2000년엔 매출 441억원의 중견 업체로 급성장했다.

‘탑블레이드’ 등에 힘입어 2002년엔 610억원으로 성장했다. 경기침체로 지난 2년간 매출은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PC방 유통등에 힘입어 884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OSMU의 대표적인 예가 ‘탑 블레이드’. 전통놀이인 ‘팽이놀이’에서 캐릭터를 착안해 애니메이션을 방영 시기에 맞춰 캐릭터 완구를 내놓자 팽이놀이 붐이 일었다. 손오공은 팽이를 팔아 돈도 벌었지만, 캐릭터 인지도를 높여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1위 장난감 업체이면서 캐릭터 머천 업체이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이면서 게임업체이기도 한 손오공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최근엔 블리자드 제품군의 게임캐릭터에 대한 판권까지 확보하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업화하는 기존의 사업영역에서 게임 캐릭터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게임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는 달리 아동 이외의 어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게임인구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에는 점진적인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미래에 대비한 꾸준한 투자 주효

손오공이 OSMU 전략을 안정적으로 실현해올 수 있는 힘은 늘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 뚝심 있게 미래에 투자하면서 실력을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신규 사장 스스로 ‘발명가’이자 ‘기술자’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사업, 제품, 서비스를 개발해왔고, 직원들 전체에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손오공은 실제 애니메이션 시리즈물만 30편 넘게 기획해 제작했고, 산업재산권도 373건이나 갖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오공은 캐릭터 산업 성장에 대비해 96년에 ‘영혼기병 라젠카’ ‘고인돌’, 98년에 ‘용가리’, 99년 ‘붐이담이 부릉부릉’ ‘스피드왕 번개’ ‘크랙시티’ ‘하얀마음 백구’ 등 애니메이션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일찍부터 PC게임을 출시하고 온라인 게임을 자체 개발하는 등 착실히 준비해왔다. 최 사장은 “남들이 어려워서 투자를 안하거나 못할 때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 큰 돈을 벌어줬다”면서 “애니메이션, 게임 분야 모두 남들이 힘들다고 투자를 하지 않을 때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유통사업 경험과 네트워크가 강점

손오공은 지난 2003년 ‘워크래프트3-프로즌쓰론’ 유통권을 확보했다가 재고 부담 때문에 고전을 했으나 비벤디와의 관계를 공고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WOW’ 국내 PC방 유통권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디아블로3’나 ‘스타크래프트2’ 등의 유통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굳혔다.

단기적으로 보면 ‘워크래프트3’가 일정 기간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역량인데, 하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만들어진 상품을 팔 수 있는 것이다.

손오공은 법인 설립전인 75년 협성공업사 시절부터 제조업에 기반해서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고, 이것이 서비스나 유통 부문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회사의 공신력을 높인 것이 비벤디나 세가 등 유력한 해외 제휴선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와 함께 자회사인 소노브이를 통해 신작 온라인 게임 ‘샤이야’를 자체 개발함으로써 제 2의 성장동력인 게임 사업에 대한 기반을 공고히 했다.

<김성호 KTB네트워크 벤처투자본부 문화/서비스팀장 themis@kt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