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전자태그(RFID) 보급·확산을 위한 관련 기술개발과 시범사업 등에 올해 314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고 한다. 투입 예산의 많고 적음을 차치하더라도 태동기에 있는 RFID 산업의 빠른 성장과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정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기대도 된다. 더욱이 실제 환경과 유사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기업이 개발중인 제품에 대한 기술기준과 표준적합성, 태그식별 성능 등 시험 및 검증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력 부족으로 시험설비 구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RFID는 차세대 IT산업을 이끌어갈 핵심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이런 인식하에 이미 수년 전부터 생산, 유통, 보관, 소비 등 전과정에서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RFID가 물류 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기술로 부각되면서 미국에서는 정부기관과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상용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공부문에서의 시범사업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직 대부분의 기업이 도입 타당성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민간기업에서 RFID에 주목하는 핵심 분야인 공급망관리(SCM) 등에 직접 RFID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이 영글기 시작해 내년에는 기업에서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는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표준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RFID 주파수 대역이 확정된 만큼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연계되고 기업 현장의 애로기술 지원이 강화될 경우 RFID 시장은 원래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갖춘 데다 우수한 IT인력이 풍부한 점을 고려하면 민·관이 합심해서 기술개발과 수요확대에 나설 경우 외국을 따라잡는 것은 물론, 유비쿼터스 시대의 선도국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내외에서 시장 경쟁력 우위를 위해 우선 순위를 정해 현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다.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RFID 관련 기술표준안을 빨리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된다. 표준이 결정돼야 기업들이 그런 방향으로 투자를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간 부문에 파급효과가 큰 다양한 시범 사업을 통해 RFID 도입에 따른 기업들의 위험부담을 불식해야 한다. 아무리 시장잠재력이 있어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RFID 활성화는 결국 수요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RFID 도입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대세라면, 전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인 현실을 고려해 RFID를 공항·우체국·도서관 등 국가적 사업에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문제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주변 국가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교역 국가와의 경쟁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무엇보다 RFID를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활용하고 앞선 필드 적용에 따른 기회 선점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우리가 동북아 물류 거점국가로 발돋움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