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살리기` 실천이 관건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선진한국’과 ‘선진경제’를 국정지표로 삼은 것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설정이다. 또 모두연설의 3분의 2 이상을 경제 문제에 할애함으로써 국정운용을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여주었다. “내내 경제 걱정만 한 기억밖에 없다”는 지난해의 회고로 말문을 연 뒤 “새해에도 여러 소망이 있겠지만 모두 간절히 바라는 대로 경제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것 또한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말해준다.

 신년사에서도, 국무회의에서도, 경제인과의 신년 인사회에서도 대통령의 화두는 경제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새로운 비전 제시보다는 ‘경제’에 다시 한 번 방점을 찍음으로써 국민에게 올해 국정운용 기조를 ‘경제 올인’으로 가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의 의지 표명만으로도 경제계는 물론 전체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2008년쯤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리고, 2010년엔 여러 지표에서 선진경제에 진입하게 되며, 이르면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 선진국 열쇠를 넘겨주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까지 내비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선진한국’ 비상을 위한 경제 구조개혁 방향으로 지난 10년간 심화되어 온 산업 간, 기업 간, 근로자 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더불어 잘사는’ 동반성장 정책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핵심을 부품소재산업으로 보고 이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한 점은 기업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경제정책의 중심을 중소기업에 맞추고 관련 정책 자체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한 내수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 대학 혁신,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우리 경제 현안을 총망라한 셈이다.

 그러나 연두회견이 전반적인 구도를 밝히는 데 치중하는 자리라 해도 이번에 제시된 내용들은 이미 노 대통령이 직접 밝혔거나, 정부부처가 공개했던 내용을 종합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책 방향과 내용을 정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 확보와 정책의 일관된 추진, 그러한 과제들을 풀어 가는 방법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혼재한 사회에서 특정 정책을 추진할 때 반대 견해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것이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관철하는 길이다. 신벤처 정책이나 중소기업 육성책이 그렇다.

 지금 중소·벤처기업은 빈사 상태에 빠져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이들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지원 정책을 추진할 때 정부는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기업 스스로 설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해소와 체질 강화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대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대로 재벌총수를 만나 투자를 독려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기업 스스로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확대→고용확대→소득증대→소비증가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대통령의 말 그대로 기업이 의욕을 가지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