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업체들이 올해 노트북PC 자가 브랜드 수출 목표를 작년에 비해 100% 이상씩 늘려 잡고 시장 개척에 총력전을 펴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더욱이 그간 OEM 방식에 주력했던 국내 업체들이 이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자가 브랜드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PC산업의 재도약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PC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세에 나서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외국 제품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다는, 경쟁력 우위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PC산업은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세계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M에 치중하다 보니 제품에 대한 인지도나 디자인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 강국’ 또는 ‘IT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PC산업은 2001년 이후 내수와 수출에서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우리 경제가 극심한 내수불황에 시달리면서 고속성장을 이룩한 단말기나 반도체 등과는 달리 PC산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도 격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반도체와 단말기 등과 함께 한때 우리나라 IT 3대 수출품이었던 컴퓨터 제품군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무역역조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국내 업체들이 이런 침체기에서 탈피하기 위해 잇따라 자사 주력 제품을 내세우며 유럽과 동남아, 미국 시장 등의 공략에 나서면서 우리 경제 살리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해외 주력 브랜드인 ‘X시리즈’와 지난해 말 선보인 초경량 17인치 대화면 노트북 등을 중심으로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전년보다 배 정도 성장한 120만여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 물량만 해도 국내 노트북 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니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해외에서 저가 제품이 아닌 고급 브랜드로 경쟁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국내 저가임금을 바탕으로 품질이나 성능보다는 저가전략에 치중했던 게 사실이다. 고가전략은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 5위에 도달한 삼보컴퓨터도 올해 노트북PC ‘에버라텍’ 수출 물량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한 100만대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또 LG전자도 올해 자체 브랜드로 노트북 수출에 적극 나서 지난해 20만대에 비해 배 이상 성장한 50만대를 잠정 목표치로 정했다. 이 밖에 대우컴퓨터도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PC 판매량 목표치를 작년보다 배 이상 늘려 잡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이런 전략은 PC산업이 우리 IT산업의 주력 기종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만약 국내 업체의 처음 목표대로 수출을 늘릴 경우 자체 브랜드의 노트북PC 100만대 수출 기업이 등장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정책적 지원 보완이나 기술 개발 및 품질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 PC산업은 데스크톱PC에서 노트북PC로 점차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을 경우 지속적인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자체 브랜드 노트북PC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면 PC산업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자면 기본적으로 경쟁 업체보다 성능·품질·디자인·가격 면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의 지역적 특성이나 불만을 즉시 수렴해 이를 제품 생산에 반영하는 신속한 생산체제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PC산업의 경쟁력은 앞선 기술력이며, 이것이야말로 시장 확대의 관건이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