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기술개발 생존율

거북이는 예부터 십장생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거북이도 장수할 만큼 클 수 있는 확률이 불과 1%도 안 된다. 모래 속에 낳아진 수많은 거북이알은 대개 이를 노리는 뱀이나 들짐승 같은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부화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연약한 새끼거북이가 바다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도중에 갈매기나 게들에게 대부분 잡아먹히는 신세가 된다. 그뿐이랴. 바다에 어렵사리 진입하더라도 상어 같은 또다른 포식자가 기다리고 있다.

 1% 확률은 그나마 양호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알에서 성인 거북이로 성장할 수 있는 확률이 0.1%도 안 되는 곳도 있다. 그래서 거북이알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기술의 탄생과 성장, 발전도 이 같은 자연법칙과 궤를 같이한다. 모든 연구개발(R&D)이 다 성공을 거두기는 불가능하다. R&D가 성과물(알)을 낸다 하더라도 상품화(부화)로 이어지기는 결코 만만찮다. 기술의 결정체인 상품이 바다라는 시장에 진입하기는 더 어렵다. 시장에서 성공(성인 거북이로 성장)하기까지는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R&D로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의 사업화 성공률은 11%라고 한다. 89%의 특허기술이 상품화 시도조차 안 됐거나 상품화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예로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공연구 성과물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비율은 15.3%로 나타났다. 나머지 85% 가까이는 사업화 시도조차 안 된 채 사장되고 있는 뜻이다. 민간으로 이전된 기술이 얼마나 사업화로 이어졌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아 알 수 없다. 이런 저런 사정을 다 감안한다면 R&D 결과물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은 거북이알 수준에 못지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그 중에서도 아마 최악의 생존 확률을 지닌 곳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개발된 기술의 이전비율이 낮은 데다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조달 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M&A가 활성화되지 못해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거북이알처럼 개발된 기술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인간이 하는 일인데 자연의 생존 확률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디지털산업부 유성호 부장@전자신문,sh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