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세자리·고유가, 경기 회복으로 가는 길 `복병`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시대에 대비하라. 고유가에 대한 경고도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달러화 약세와 동반되고 있는만큼 심상치 않다.

 우리경제가 경기 회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또다시 원달러 하락과 고유가 등 양대 복병을 만났다.

 가뜩이나 국제원자재가격 앙등으로 인해 수출환경이 나빠지면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강세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10일 장중 한때 989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가까스로 1000원대를 회복했지만 세 자릿수 환율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유가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전날에 비해 배럴당 18센트 오른 54.77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고 중동산 두바이유도 45달러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 4분기 원화 강세로 타격을 받았던 수출기업의 실적이 1분기에도 조정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약달러 대세=환율 세 자릿수 시대의 첫 신호는 지난달 23일 있었고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10일 만에 재차 1000원선이 붕괴됐다.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1000원대를 회복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세 자릿수 환율 안착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주식 배당금 송금은 환율을 일시적으로 1000원대로 반등시킬 수 있겠지만 약달러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세 자릿수로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가도 오는 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총회에서 감산 결정을 내릴 경우 끝없는 상승세를 지속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두바이산 원유의 경우 소비증가세를 보이는 중국·인도 등도 수입,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연평균 가격이 40∼45달러에 이르리란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에 찬물 끼얹나=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과 유가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은 연초 불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타격과 채산성 악화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회복이 1분기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느낌”이라면서도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박 총재는 “특별한 교란요인이 없는 한 시장에 맡기고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투기세력이 개입하거나 외생적인 요인이 작용해서 지나치게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율 하락이 일부 유가상승분을 상쇄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상승이 WTI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아 우리에겐 악재로 작용하리란 전망이다.

 ◇대책 마련 분주한 업계=환율하락,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으로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는 수출업계는 유가상승의 충격파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자업계는 유가상승에 따른 중장기적 채산성 악화를 우려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수출품인 LCD, 휴대폰 등의 경우 그동안 항공을 통해 수출해온 물량의 일부를 선박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말 도입한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강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고유가 및 원가 상승 압력에 대비해 사업본부별로 경영회의 등을 통해 경비감축 지침을 공유하는 등 상시적인 원가절감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