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삼성CEO 경영어록

 ◆삼성CEO 경영어록·이채윤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1993년 6월 7일 취임 6년째를 맞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처와 자식을 제외하고 모두 바꾸자’ ‘양 위주의 경영을 버리고 질 위주로 가자’는 그 유명한 신경영선언을 발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말은 삼성 조직 전체에 대한 대폭적인 수술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돼 구체적인 조치가 이어졌으며 이후 삼성의 색깔은 완전히 바뀌었다. 또 이 회장이 내뱉는 말들은 ‘이건희 신드롬’으로 불리며 지금도 한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그룹의 역사는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8년 일제 치하에서 창업한 이래 7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삼성은 줄곧 재계 1위를 달려왔다. 2004년 삼성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명망 높은 인텔,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소니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실적을 내놓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의 매출은 이건희 회장 취임 후인 1987년 13조5000억원에서 2004년 135조5000억원으로 10배, 세전이익은 19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100배,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무려 100배가 늘었다.

 많은 사람은 삼성이 어떻게 세계적 기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들은 일등을 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며 지금까지 달려왔을까.

 이 책은 삼성을 움직이고 있는 최고 경영자들이 남긴 말을 통해 삼성그룹의 경영 전략을 엿본 경영안내서다. ‘삼성처럼 경영하라’라는 책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던 필자는 삼성의 최고 경영자들의 말을 빌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삼성의 비결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필자는 93년의 신경영 선언이 삼성직원들에게는 국내에서의 일등에 만족하는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비전이었지만 한국사회 전체적으로는 산업화 시대에서 지식정보화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평가했다.

 500억원어치에 달하는 애니콜 휴대폰을 불사르기도 하고 불량제품이 나올 경우, 아예 생산 라인을 세우는 라인스톱제도 등 뼈를 깎는 변화와 개혁의 과정은 질 위주의 경영선언 이후 삼성이 보여준 구체적인 조치들이었으며 이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시킨 세계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필자는 신경영선언이 1993년 그냥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말을 인용, 부회장 시절부터 끊임없이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던 이 회장의 고민과 당시 삼성의 분위기를 상기시키고 있다. 또 잘나갈 때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중단없는 공격경영을 주문하고 있는 삼성 경영진의 생각과 기업관, 조직관리 등의 경영기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이 책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DM총괄사장,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등 25명의 삼성 CEO의 말과 경영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영을 △전략경영 △인재경영 △시스템경영 △미래경영 △윤리경영으로 나누고 독특하면서도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는 삼성그룹 경영인들의 면면과 스타일을 하나 하나 짚었다.

 IMF의 위기를 극복하고 IT기술혁신을 이룩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혁신경영(50쪽)과 디지털 르네상스를 주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의 초일류경영(53쪽), 애니콜신화를 창조한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의 브랜드 경영(89쪽), 인티그레이션의 협업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을 강조한 김인 삼성SDS 사장의 네트워크 경영론(173쪽) 등을 통해 세계 초일류기업의 경영기법 노하우의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