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신화하면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헤르메스, 아프로디테 등이 등장하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떠오른다.
몇년전 모출판사에서 펴낸 만화로 그린 그리스로마신화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신들과 그들에 관련된 에피소드 및 일종의 계통도까지 외우고 다녔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신화와 설화에 등장하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문화원형 과제가 몇개 나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방대제와 한국 신들의 원형 및 인물 유형 콘텐츠 개발’이라는 과제였다.
옛부터 우리민족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음양오행이다. 음양오행은 음과 양의 소멸, 성장, 변화, 그리고 오행 즉 수, 화, 목, 금, 토의 움직임으로 우주와 인간생활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해석하는 사상이다. 이 사상은 우리의 관혼상제, 민속, 의복, 주거, 제례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학문적으로 인문지리서인 동시에 자연과학이며 철학으로 통합돼 인식돼 왔다.
이 과제에는 오행사상과 관련된 다섯 방위의 신들을 기본으로 삼국유사, 삼국사기의 역사학과 한단고기, 부도지의 민속학 그리고 고구려 고분벽화와 조선유적 및 유물도감, 재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서양신들에 대적할 만한 한국신들의 원형을 그려냈다.
여기에는 기본이 되는 오방대제와 금와, 단군, 백제치우, 비류 등 126개 신과 인간의 원형이 등장한다. 고서에 설명되어진 자료를 토대로 이들의 모습을 추정하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계통도로 정리한 것. 각 신들의 성격과 특징 등을 텍스트화해 이것을 소재로 시나리오 작성 및 캐릭터 원형의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신과 인물들은 모두 고유의 능력과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적 불명의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우리나라의 창작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RPG 머그 게임 같은 캐릭터 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개발책임을 맡은 국민서관의 문상수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그동안 여러 갈래로 파편화되어 있던 한국 토속 신들의 관계를 마치 서양의 그리스로마신화처럼 계통화하고 정리했다”며 “우리 신을 소재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소개했다.
오방대제는 동, 서, 남, 북 그리고 중앙이라는 방위를 하나 더해 다섯 방위의 큰 제왕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인간계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태초의 음의 기운을 받아 창조주로서 신시를 창조한 마고는 하늘의 기운을 받아 단성생식을 통해 두 딸인 궁희와 소희를 낳는다. 궁희와 소희 또한 단성생식을 통해 각기 두 딸인 황궁과 천궁, 백소와 흑소를 낳고 이들은 인간들의 잘못으로 인해 각자 자신들의 무리를 이끌고 신시를 떠나 사방으로 흩어진다.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이들 적궁, 청궁, 백소, 흑소는 여신과 남신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적궁은 적제복희로, 청궁은 청제대웅으로, 백소는 백제치우, 흑소는 흑제왕검이다. 적궁은 4명의 신녀 중 가장 큰 어른으로 우리민족을 포함한 동이족의 조상으로 간주되며 적제복희는 남방을 관장하는 신으로 빛과 열을 주관한다. 이들의 상징동물은 주작. 청궁은 동방을 관장하며 중국과 동남아시아계 민족의 선조로 추정되며 청제대웅은 동방을 관장한다. 상징동물은 청룡. 백소는 유럽 및 메소포타미아 북부지역 민족의 선조로 간주되며, 백제치우는 서방을 관장하고 흑소는 아프리카 및 메소포타미아 남부와 인도 드라비다족의 선조로 간주되며 흑세왕검은 북방을 관장한다고 한다. 이들의 상징동물은 각각 백호와 현무다.
상징동물 중 하나인 현무(玄武)는 거북이와 뱀이 합쳐진 동물이다. 현(玄)은 검은색을 뜻하고 무(武)는 거북의 딱딱한 갑의와 뱀의 날카로운 이를 뜻한다. 현무가 거북과 뱀이 얽혀 있는 형상으로 표현된 까닭은 고대 중국인들이 거북의 종류는 수컷이 없다고 생각해 머리의 모양이 유사한 뱀과 짝을 지어 그들이 서로 마주보면 곧 기(氣)가 통해 잉태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무에서 가장 중요한 거북은 예로부터 그 모습이 위는 하늘처럼 둥글고 아래는 땅처럼 편편하여 우주의 축도와 같고 수명 또한 매우 길기 때문에 거북은 용, 기린, 봉황과 함께 예부터 사령(四靈)으로 여겨졌던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북은 물의 신이나 용왕으로 상징되며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된다. 이러한 현무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사신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그려져 고구려 사람들의 현무에 대한 신앙의 일부를 엿보게 한다.
또 오방대제 외에 각종 문헌을 통해 한국의 신을 문헌신과 불교신 그리고 무속신으로 나누보았다. 문헌신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정통 역사서에 나오는 신들과 각종 문헌들을 참고해 천제와 마고를 정점으로 고구려와 백제, 신라와 연결되는 신화적 존재들을 하나의 계보로 재구성한 것이다. 불교신은 오방대제 개념에 사천왕이라는 불교적 요소를 가미하고 그 하위 신들도 12지신의 각 방위에 따라 편성했다. 무속신은 우리 민간신앙에서 절대적 존재로 간주되는 옥황상제를 중심으로 민간과 무속에서 널리 숭배되는 신들을 재구성했다.
CTNEWS 허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