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비전에 대한 과제와 전망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세계를 선도하는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년 2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최고의 교과과정, 교수진, 기반시설을 확보하기로 했다.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은 27일 KAIST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KAIST 비전 2005’의 최종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러플린 총장이 어떻게 KAIST비전실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내부 조율을 통해 개혁을 위한 윈윈전략을 구사할 것이냐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눈길 끄는 대목은=이번 비전안은 지난 3월 비공식적으로 공개된 ‘KAIST 발전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본지 3월 21일 20면 참조

 KAIST는 미 MIT모델을 기반으로 △학부생의 연구참여 확대 △시장 수요에 따른 교과목 개편 △5∼6개 과목으로 구성되는 비즈니스 경제학, 예비의학, 예비법학의 부전공화 △대학원생 해외교육 트랙 추가 △언어교육 강화 △세계적 수준의 교수 대우 △외국인 교수 15% 이상 채용 △신임교원 정착금제 도입 △영년제 도입 △탐험연구를 위한 종자기금 확대 △특허 취득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KAIST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교수 대우와 관련, ‘명성 약한’ 인력의 퇴출보다는 현행 10%로 되어 있는 연봉 차등 폭을 보다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눈길을 끈다.

 ◇과제=예산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이 비전안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900억원의 예산 외에 러플린 총장이 재량껏 쓸 수 있는 매년 200억원의 예산(good money)을 추가 지원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벅찰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일단 정부 부처와 협의중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국립대학들이 현재 M&A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KAIST에만 예산지원액을 대폭 상향 조정한다면 당장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KAIST는 대기업을 포함한 해외 독지가의 지원 등 다양한 기금확보 루트를 찾을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와 함께 러플린 총장이 못내 아쉬워하는 학부 중심의 종합 대학화 지향 의지가 비전안 곳곳에 여전히 깔려 있어 KAIST의 연구중심 대학원 육성 미션과 향후 비전안 실천과정에서의 충돌도 우려된다.

 ◇전망=현재로선 대부분 포지티브 개혁안으로 구성돼 있어 내부 불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교수진에 대한 대우도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만큼 그만한 실적을 내고 엄격한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다.

 다만 비전안 서두에 언급돼 있지만 세부 계획에서는 빠져 있는 ‘명성 약한’ 교수진의 퇴출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해당 교수의 반발 우려는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신성철 부총장은 “인센티브의 차등 폭을 늘려가는 방안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퇴출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서 러플린 총장은 끝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는 9월부터 적용할 예비법학 및 예비의학 부전공 신설과 MIT처럼 운동장에 조각상을 설치하는 등 예술적인 요소를 가미한 대학 운영이 새로운 인력 유출을 일으키는 동인이 될지, 과학기술인력의 다변화된 성공 모델이 될지 지켜 볼 대목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사진: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이 27일 KAIST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