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맘에 들때까지 재공모?

박희범

 대전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이사장 공모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과학기술부에 전달했다가 망신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마음에 드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즉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뽑힐 때까지 공모를 다시 하자는 주장을 했다 면박을 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구 관련 일부 벤처기업에서도 ‘누가 돼야 한다’는 식의 감정 실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각자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가 본인 고사로 인해 이사장 3배수 후보 진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아예 판을 깨거나 공모 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옳지 못하다.

 애초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협의와 논의를 거쳐 방향을 제시하는 선이었어야 했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지역민을 대상으로 직접투표로 뽑자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 기구나 부처에서도 모종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와 산업자원부가 특정 후보를 밀고 있고, 그 후보가 유리하다는 미확인 통신이 대덕연구단지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자문기구 소속 모 인사는 일부 후보에게 페널티까지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참으로 답답하다. 각자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신은 어디론가 실종됐다. 자문기구는 국가 정책을 열심히 자문하면 되고, 산자부는 과기부가 하는 일에 ‘대추놔라, 밤놔라’ 식으로 나서기보다는 특구에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역할을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공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구 관련 기업이나 단체, 정부 부처가 나서서 사분오열된 모습으로 여러 주장을 하는 데 급급한다면 오히려 공모 자체를 혼탁하게 하는 ‘자충수’를 두기 십상이다.

 공모 절차는 공정한 게임이어야 한다. 정부 공모 절차에 의해 새로운 이사장이 오고, 지켜본 결과 그의 업무 수행 능력이 영 아니라면 그때 가서 엄정한 평가를 내리면 그만이다.

 뜸이 들기도 전에 밥이 설익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밥솥을 엎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밥을 맛있게 지어 먹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대전=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