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3월부터는 소비자가 온라인통신(인터넷)을 통하여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한다. 이는 안전한 소비자 거래를 통해 통신판매의 신뢰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매우 환영받을 일이다.
그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비대면 무점포의 선불식 거래관행으로 인해 통신판매 거래의 안전성 및 신뢰성에 취약한 부분이 있어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해 결제대금 예치제도를 도입,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선불식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재화 등을 공급받을 때까지 그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토록 하거나 통신판매업자 본인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체 온라인 쇼핑몰이 개정안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기만 한다면(법의 집행은 법 제정보다 몇 배, 몇 십배 더 어렵고 장애가 많긴 하지만) 소비자는 더는 불안해 하지 않고도 원하는 제품을 만족스러운 가격에 판매하는 어느 쇼핑몰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보다 다양한 온라인 쇼핑정보를 얻고 즐거운 쇼핑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있다. 소비가 늘면 시장이 활성화되어 경제 상황이 좋아지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안전한 구매활동이 가능해지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므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또 하나의 초석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런데 소비자 피해의 사전회피 수단으로 규정된 결제대금예치제도(에스크로)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은 소비자 피해 보호라는 측면은 같지만 사실상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의 서비스 주최인 보증보험사가 시행하고 있는 전자보증구매중개(매매보호)는 이미 몇 년 전에 시행되어 자리를 잡았고, 일부 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에스크로는 홍보에 힘입어 이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매매보호는 거래시 소비자에게 바로 보상보험증권을 발급하고 배송 이후 반품 및 환불까지를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포괄적 서비스며 보증보험사의 판매업체에 대한 엄격한 사전 신용조사가 선행되지만 에스크로는 단지 배송 이후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되는 범위에서만 보호되는 제한된 보호장치다.
에스크로는 대금결제 지연에 따른 고의적인 배송 지체와 배송 이후의 반품 요구 분쟁을 해결하는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온라인 구매시 구체적으로 어떤 보호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전자상거래 관련 행정 당국에도 기대를 걸어 본다. 법은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다 해도 시장이 이를 외면한다면 실효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
현재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대금을 전부 또는 일부 지급한 날부터 2영업일 이내에 재화 등의 공급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재화 공급이 곤란할 때는 2영업일 이내에 환불해야 한다. 개정안은 그것을 3영업일로 완화해 판매자의 부담을 다소 덜어 주었다.
2일이건 3일이건 간에 그 조항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파는 판매업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를 일이나 현실에서 배송 지연에 따른 소비자 불만은 온라인쇼핑몰 게시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법안을 마련했다고 해도 그것이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제도가 실제 시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함께 개선하고 강력히 시행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손윤환 다나와 사장 sohn@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