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무적인 美 특허 등록 증가

 우리나라의 미국 내 특허 등록이 최근 10년 동안 크게 늘어나 세계 5위에 올라설 정도로 대약진했지만 기술력 지수는 이보다 낮은 8위에 그쳐 질적 성장이 미미하다는 정부의 평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미국 내 특허 등록이 5위에 랭크된 것은 기술 입국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더욱이 특허 기술의 피인용 횟수로 산출하는 기술력 지수가 특허 등록보다는 다소 낮지만 8위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기술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특허강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 규모가 11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개선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허의 질을 나타내는 기술력 지수의 수준이 10년간 겨우 한 계단 올라서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것도 97년 이전까지 세계 9위였고 97년에 8위로 올라선 뒤 변동 없이 유지돼 오고 있는 것이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체 특허 등록, 기술력 지수는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크게 앞서는 반도체산업 분야 특허 등록에서도 대만보다 뒤졌다는 것은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분야별 기술력 지수도 정보통신·반도체·전자전기 분야의 경우 세계 3∼5위로 뛰어나지만 자동차·전자의료기기·바이오 분야는 10위권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우리나라가 원천 특허보다는 기존 특허를 개량한 응용 특허출원에 치중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허기술의 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기술순환 주기가 우리의 경우 7.7년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짧다는 것이 이를 방증해 준다. 특허기술의 과학연구 논문 활용도를 보여주는 과학기술 연계지수가 우리나라가 13개 국가 중 하위권인 10위에 랭크된 것도 한 사례이다.

 일부 대기업에 편중된 특허 등록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대학과 국가연구소가 국내 전체 연구개발(R&D)투자 자금의 23%를 쓰고 있는 데도 미국 특허 등록 비중이 7%에 불과한 것은 연구개발 성과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고급 인력이나 국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대학·연구소 등은 연구논문 중심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미국은 전세계 기업들의 공략 대상인 거대 시장이다. 그만큼 국제 특허 출원시장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에서 우리가 특허 등록 5위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또 기술력 지수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노력을 배가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고, 특허 국제출원 비용을 지원해 주거나 출원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등의 노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 기획 단계부터 특허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해 국제특허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허 전략을 수립·집행할 특허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연구원들의 기술개발 의욕을 북돋울 수 있도록 직무발명보상제도도 활성화해야 한다.

 특허를 출원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를 상업화하는 일이다. 특허를 아무리 많이 출원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수익성 있는 제품생산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 없다. 애써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자가 모방품으로 하나 둘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해 ‘블루오션’이 점점 ‘레드오션’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정부부처도 출원된 기술이 상업화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