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이 홈네트워크 국제 표준화 논의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홈네트워크는 무선 통신사업자와 정보가전업계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이 논의에서 소외될 경우 당장 핵심기술의 종속이 우려되고 나아가 시장 경쟁에서도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이는 곧 기업 생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국내 기업들이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홈네트워크 국제 표준화 활동이 미미하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표준화를 누가 주도하느냐는 세계시장 선점이나 시장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첨단 기술 간 경쟁에서 국제 표준화를 누가 주도하느냐는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홈네트워크 기술 중 하나인 전력선통신(PLC)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지그비, 무선 초광대역통신(UWB), 바이오센서 등 외국 업체들이 블루오션으로 인식하는 분야의 연구개발은 미미해 이 분야 기술수준은 초기단계라고 한다. 그나마 국제 표준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 등으로 정보가전 분야라고 하니 심각한 일이다.
현재 무선 홈네트워크 중 HDTV급 화질 전송이 가능한 UWB는 모토로라 진영의 다이렉트 시퀀스(Direct Sequence) CDMA방식과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중심의 멀티밴드 직교주파수다중분할(OFDM) 방식이 치열한 표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년간 UWB 표준화 경쟁을 벌였으나 기술 차이 및 지지세력 양분화로 인해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듀얼 표준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한다.
무선 USB도 향후 시장에 대비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표준화에는 아기어시스템스·HP·필립스 등 유력 IT업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는 빠져 있다. 지난 5월 무선USB 1.0 규격의 표준화를 완료해 내년부터는 관련 제품이 대량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 업체들이 홈네트워크 국제 표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눈 앞의 기술개발에만 매달려 홈네트워크를 생활가전을 쓰듯, 편리하게 디자인한다든지 저렴한 이용료 책정, 홈 게이트웨이 보급 등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표준화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IT산업은 서비스나 제품이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므로 서비스와 제품의 호환성과 연동성 확보,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국제 표준화활동에서 주도권 행사가 절대 필요하다.
특히 급속한 기술환경 변화와 국제적인 표준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핵심 표준화 제반정보 및 전략, 표준화 전문인력의 양성, 표준의 적기 제정·보급, 표준적합성 시험·인증 서비스 등이 시급하다.
지금 IT기술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각국이 표준화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기술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한 위한 조치다. 특정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면 상호운용성 확보 등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다. 이는 곧 세계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홈네트워크의 표준화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표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업체가 제품을 생산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때, 우리나라는 IT강국의 위상을 더욱 견고히 하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