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Ⅳ-콘텐츠]성공한 해외기업-지브리스튜디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인 지브리스튜디오(GHIBLI STUDIO)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를 전세계에 입증한 대표적 기업이다.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에서만 2400만명을 동원한데 이어 수천만장의 DVD 타이틀 판매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각종 캐릭터 팬시용품 산업까지 견인하면서 만들어낸 시장 규모는 수조원대를 넘어선다.

 지브리라는 회사명은 ‘사하라 사막에서 부는 바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파일럿들이 그들의 정찰기에 붙인 이름이다. 비행기 광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돌풍을 일으키자”는 의도에서 붙였다.

 오늘의 지브리가 있기까지는 당대 최고의 감독과 숙련된 스탭의 공이 컸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브리를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만든 것은 뭐니뭐니해도 ‘디지털화’에 있다.

 사실 미야자키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컴퓨터 사용을 매우 부정적으로 봤다. ‘손으로 할 수 있는데 왜 컴퓨터가 필요하냐’라는 것이다. 1992년까지 지브리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리는 에니메이션으로 유명했다.

 지브리가 과감하게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것은 93년. 컴퓨터로 제어되는 2대의 대형 촬영기를 도입해 활영부를 신설하는 등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전 부문을 갖추게 된다. 이것은 극도의 분업화를 이루어 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지브리는 같은 장소에서 긴밀히 협조해 일관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작품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첫 작품은 ‘폼포코(도서관 장면)’다. 이어 ‘귀를 기울이면’은 판타지 장면에 디지털 합성을 사용했으며 ‘온 유어 마크(ON YOUR MARK)’ ‘모노노케 히메’ 등에서 컴퓨터를 더 확대 사용했다.

 현재 지브리는 디즈니에 이어 가장 많은 ‘실리콘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담 컴퓨터 그래픽 부서까지 두고 있다.

 자국을 기반으로 한 ‘작품 제일주의’도 오늘의 지브리를 있게 했다. 이는 “일본 어린이들이 보는 작품은 일본인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미야자키 감독의 철학에서다. 아직까지 지브리는 해외로의 외주 제작이 거의 없다.

 또 ‘3차 부가가치 사업’에 눈을 돌렸다는 것도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3차 부가가치 사업은 텍스트 그 자체로 발생하는 수익 이외의 수익을 내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 극장 수입이 1차, 비디오·DVD·각종 방송 판권이 2차 부가가치라면, 캐릭터 사업부터 서적·게임·모바일·의류 등 다양한 연관 사업들이 모두 3차 부가가치 사업인 셈이다.

 지브리스튜디오는 캐릭터 사업, 출판 사업 등에 각각의 부서를 따로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까지 총괄하며 수익을 올린다. 지브리는 또 3차 부가 사업에 관한 판권을 팔지 않고, 대신 그 안에서 나온 각종 부가 제품을 수출하는 식으로 부가 사업에 대한 보호를 확실히 하며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이제 지브리는 미국의 디즈니처럼 일본 내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유치원생들이 소풍 날이나 운동회 날에는 ‘토토로’의 주제가를 애창하고 있으며 일본인이 좋아하는 영화 선정에서는 언제나 지브리의 작품들이 높은 순위에 올라간다. 지브리의 캐릭터 상품이나 비디오 테이프들은 이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