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민번호 대체수단](https://img.etnews.com/photonews/0509/050923020251b.jpg)
정부가 온라인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을 10월부터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인터넷 사업자와 당국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온라인 주민번호 대체수단은 정부가 인터넷 상의 주민등록번호 오·남용에 따른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시행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인터넷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현실적인 대체수단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무리한 일정과 수단을 밀어부친다면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본지는 이번 정책을 마련한 정통부의 강중협(50) 정보화기획실 정보기반보호심의관과 인터넷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허진호(45) 회장과의 공개 토론을 마련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양측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편집자주>
강중협 국장과 허진호 회장은 불과 열흘 가량을 남겨둔 정책 시행 시기와 추진 배경에서부터 견해 차이를 보였다. 도입 시점은 정통부가 ‘주민번호 대체수단 기준안’을 마련, 공개한 지난 5월부터 부각된 핵심 쟁점이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인터넷에서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수단은 사회적인 인프라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조급한 일정을 못박았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안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공인 인증 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은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민번호 대체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대안이 검증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강중협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정보기반보호심의관=당초 이 정책은 지난해 12월 개인정보보호법이 통과될 것을 예상하고 제정 일정에 맞춰 일찌감치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서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또 시행일을 정해두고 시행일에 맞춰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대체 수단을 수용하고 관련 시스템을 일시에 수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10월은 대체수단 정책이 종결되는 시점이 아니라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출발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허진호 회장=정부가 10월 국회 일정에 맞춰 정책을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인상이 짙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데이터베이스(DB)는 근 30년 넘게 활용돼 왔습니다. 반면 공인 인증서는 이제 경우 5년입니다. 특히 정통부가 제시한 신용카드 조회·휴대폰 SMS 인증 등 여타의 수단들은 최소 100만 이상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검증이 요구됩니다.
지난 10여 년간 3000만 명에 이르는 인터넷 이용자와 기업간에 이뤄져온 이용 질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강중협 국장=대체수단에 대한 이론적인 검증은 마쳤습니다. 12월까지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돼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서비스 결과를 분석, 평가해 보완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대체 수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 변경 비용이나 구체적인 수용 가능성을 논의하기 어려워 우선 10월부터 대체수단을 적용해보고자 합니다.연말에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면 시범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책 추진 일정에 대한 토론은 자연스럽게 대체 인증 방식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나열식으로 제안한 방식들은 신뢰성과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의견과 ‘현 상황을 다각도로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정부의 입장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이뤘다.
◇허진호 회장=대체수단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1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통부의 안 대로 제 3의 본인 확인기관으로부터 주민번호 이외의 대체 수단을 발급받기 위해 공인 인증서 등을 활용해야 한다면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또 공인 인증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한 가지 방안만 강요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며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은 것은 기업에게 큰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최소 1개 이상의 대체 수단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할 것을 고려해 결국 모든 수단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습니까.
◇강중협국장=업계가 공인 인증서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는데, 정부는 이를 수용해 이용자가 인증서 외에도 계좌정보·신용카드 정보·휴대폰단문문자메시지(SMS) 인증 등 본인이 활용 가능한 한 가지를 제공해 본인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용자는 인터넷뱅킹·주식거래 등 안전이 요구되는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별로 적절한 방안을 사용하면 됩니다. 정부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공인 인증서라고 판단했으나 업계의 반발을 수용해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양측은 정책 시행에 대한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정책 시행 배경 및 효과에 대해서도 간극을 확인했다.
◇강중협국장=기업들이 새로운 수단을 도입하기까지 과도기가 따르겠지만 이용자들이 주민번호를 이용해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사용 가능한 수단은 제시해줘야 합니다. 오늘 토론을 진행해보니 아직도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에 다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정책은 면 대 면이 아닌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더 이상 본인 확인용으로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한 것입니다. 대체 수단 도입 이후 인터넷 상의 주민번호 오·남용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허진호 회장=정부가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대체 수단을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는 매우 시의적절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들의 관리 소홀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접근은 부적절합니다. 주민등록번호와 관련한 개인정보 문제는 이동통신사의 오프라인 대리점 등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또 몇몇 본인확인기관에 개인 정보가 몰려 결과적으로 ‘빅 브러더(Big brother)’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현 시점에서는 적지 않습니다. 업계·이용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형태의 객관적인 추진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주민번호 대체 수단과 관련해 수 개월을 끌어온 정통부와 업계의 입장 차이는 이날 토론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부 당국과 인터넷 기업간의 해답없는 공방으로 인해 결국 이용자들에게 혼선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현명한 접점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정리=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사진=고상태
<>약력
강중협 국장(50)은
현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정보기반보호심의관
1994. 1.29 체신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
1995. 3.20 정통부 전파방송 관리국 전파기획과장
1999. 1. 1 정통부 체신금융국 금융기획과장
2000. 3.11 전북체신청장
2002.10. 4 경북체신청장
2004. 5. 24∼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정보기반보호심의관
◆허진호 회장(45)은
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겸 블루마인미디어 대표
1994.8 아이네트 대표이사
1995.4 아이소프트 대표이사
1995.9 에이아이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997.4 아시아태평양인터넷협회(APIA) 의장
2000.3 아이월드네트워킹 대표
2000.10∼현재 전경련 e비즈니스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