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탄트라-이두만씨

온라인 게임 ‘탄트라’에서 천생연분을 만나 결국 결혼에 골인한 사나이가 있다. 갖고 있는 아이디가 복을 부르는 것일까. 오는 16일 결혼을 앞둔 아이디 ‘삼팔광땡’ 이두만(33)씨다. 현재 새로운 아이디 ‘시니대길(신이 되길)’로 활동 중이며 최고렙 94를 찍고 현재는 70대 초반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 아이템으로 처제, 처형에 동서될 분까지 처가쪽 식구를 구워 삶았죠. 그러고 보면 돈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결혼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일반적인 연애도 아니었고, 게임상에서 연애를 하다시피 했으니까요. 게임 속에서 얘기하고 함께 게임하면서 친해진거죠.”

그에게 있어 ‘탄트라’는 남다른 게임을 수밖에 없다.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했고, 함께 살게 해줬으니 ‘탄트라’는 그에게 광땡과 다름없는, 지금으로 얘기하면 로또를 안겨준 셈이다.



# 처가쪽 식구를 길드원으로 모시고

그의 얘기를 듣다보면 부부의 연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이 사실로 느껴진다.

“제가 와이프의 이상형이었다고 하더군요. 보다시피 덩치 좋은 강원도 감자 스타일 아닙니까. 제 여친이 넉넉하고 믿음직스런 저의 이런 모습에 반한거죠.” 얼굴을 붉히면서도 연신 부부가 된 인연과 과정을 재미나게 설명하고 싶은 눈치다.

그의 예비 신부 김성연(29)씨는 길드원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를 만났고 그녀의 가족 모두 ‘탄트라’ 마니아다.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예비 처형에 동서와 처제, 처삼촌까지 한꺼번에 자신이 운영하던 길드에 들어왔고, 이 때부터 질긴 인연은 시작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게임 가족이죠. 한 때 처가쪽 식구 전체가 ‘디아블로’에 푹 빠졌다고도 해요. 최근에는 장모님이 ‘팡야’에 맛을 들여 마니아의 길로 들어섰고요. 처형네 가족은 PC방비가 아까워 아예 PC를 두대 사서 집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정도니까요. 지난해 6월 어떤 우연인지 몰라도 처가 식구 전체가 우리 길드에 가입했고, 함께 어울리다 보니 친해지고 한식구가 됐네요.”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게임 속에서 채팅과 파티플레이를 통해 좋은 감정을 쌓고, 이어 잦은 오프라인 만남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다. 특히 게임이 만남의 인연이 된 만큼 두사람의 결혼에도 실제 가족이자 길드원인 처가 식구들과 길드원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처음에는 장모님이 온라인으로 만났다는 점 때문에 저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셨대요. 그 때까지 순탄했던 연애 전선에 처음으로 이상 징후를 느끼게 됐죠.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저를 직접 만나보신 후에는 믿음이 생기셨죠. 처가쪽 전부가 게임을 즐기는 게임 가족이라는 점도 많은 도움이 됐고요.”

# 처가집 선물은 게임 아이템이 최고

길드원들도 전체 오프라인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다.

“다들 축하해줬죠. 한편으로 놀라면서요. 게임상에서만 친한 줄 알았는데 모임 때 진짜 사귄다고 하니까 ‘잘됐다’, ‘잘 해봐라’라고 하면서도 게임에서 만나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솔직한 얘기도 나왔었어요.”

결혼 과정에서 처가를 방문할 때면 어색한 분위기를 트는 소재는 늘 게임이다. 게임으로 얘기를 시작해 게임으로 마무리한다. “게임하면서 겪은 재미난 얘기들, 궁금한 점 등을 꺼내놓으면서 대화가 시작되죠. 게임 얘기 나오면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새 밝아지고 좋아져요. 선물도 고급 게임 아이템이면 해결되죠. 사이버상이지만 결혼 전에 처가 식구들과 함께 사냥 경험을 한 신랑은 아마 저밖에 없을 걸요.”

예비 신부와 만나기 전부터 그는 ‘탄트라’가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고 한다. 여타 유명 온라인 게임에 비해 객관적으로 특출나게 재미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 게임에 등장하는 신이 노총각으로 늙어갈 처지에 놓인 그를 가엽게 여겨 그를 게임 속으로 끌어들였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유저들이 대체로 정이 많고 게임매너가 좋다는 점입니다. 20∼30대 유저가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겠죠. 게임에 인간적인 매력을 많이 느껴요. 게임 속에 들어가 여러 유저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탄트’라 세계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저를 보게 됩니다.”

# 신혼과 게임의 조화로운 생활 찾고파

결혼을 보름 앞둔 요즈음. 그는 더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게임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낀다. 가끔씩 옛 길원들의 연락이 오면 마지못해 접속해 미뤘던 안부를 주고 받는 정도다.

“지금은 아니지만 제가 한 때는 한전쟁 했거든요. 멋진 통솔력으로 길드원들을 지휘해가며 여러 전쟁을 치뤄봤죠. 열심히 레벨을 높여 전쟁에 참여하고 길원들과 협동해서 싸워 이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때가 벌써 그리워지는 것 같네요. 제가 느끼는 온라인 게임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인데 말이죠.”

하지만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해준 인연깊은 게임인 만큼 결혼 후 여유가 생기면 다시 잘 해보고픈 마음이다. “게임과 결혼의 공통점은 남편들이 일찍 귀가한다는 거죠. 차이점은 게임에 빠지면 일찍 들어가도 부인은 거들떠보지 않고 PC앞으로 직행하는 것이겠죠. 신혼이니 만큼 아내에게 충실하고,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 게임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번씩만 시간 정해놓고 꾸준히 할래요.”

<임동식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