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테크노에서 개발한 ‘미국 챔피언쉽 발리볼(미국 발리볼)’은 해변에서 즐기는 비치발리볼을 게임으로 만든 작품이다. 개발사의 명칭이 비슷해 테크모로 오해하고 혹시 늘씬한 금발의 언니들이 등장하는 비치발리볼이 아니냐는 관심은 버려야 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근육이 온몸을 뒤덮고, 짧은 깍두기 헤어를 뽐내는 남자들이 사각 팬티만 달랑 걸치고 비치발리볼을 한다. TV에서도 보기 힘든 이러한 광경을 과감히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그럭저럭 잘 만든 작품이지만 흥행성을 놓고 보면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 게임은 2인 비치발리볼이다. 처음 국내에 이 게임이 돌아다녔을 때는 ‘무슨 배구를 달랑 2명이서 하고 선수 교체조차 할 수 없냐’는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그것은 비치발리볼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때였다.
겉보기에는 엉성하고 시각적 호감도 가지 않는 게임이지만 나름대로 ‘배구’의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서브를 하고 토스, 스파이크의 단계가 정확히 구분돼 있으며 순간적인 판단으로 때릴 것인지, 살짝 넘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플레이가 재밌다.
당연히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일부 오락실에서는 상품을 걸고 대회까지 열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대회의 우승인데 결국 미녀들을 옆구리에 끼고 앉아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게임은 재미있으나 역시 비치발리볼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어울린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