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스타리그는 스타리그가 아니다’
‘천재테란’ 이윤열(팬택앤큐리텔)이 양대 피시방리거로 전락하자 팬들의 성화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양대리그 본선에 진출한 이후 무려 3년 6개월 동안 본선무대를 굳건하게 지켜온 그였기 때문이다.이에 팬들은 그의 복귀를 염원하는 문구로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양대 메이저리그를 굳건히 지켜온 이윤열이 PC방리거로 까지 추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에 불과해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그는 온게임넷 ‘아이옵스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윤열은 지난 4월 온게임넷 ‘에버스타리그’에서 우승자 징크스에 휘말려 듀얼토너먼트로 내려 앉았다. 또 5월에는 6차 MSL에서도 탈락, 서바이버리거가 되면서 양대리그 마이너리거행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비슷한 시기인 5월 이벤트리그로 열린 ‘스니커즈 올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그런데, 이달에는 지난 8일 벌어진 온게임넷 듀얼토너먼트 패자전에서 송병구에게 패해 차기시즌에는 듀얼토너먼트 예선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고, 15일에는 MBC게임 서버이버리그에서도 KOR의 신예 박명수에게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예선전으로 밀려났다. 이로써 이윤열은 최소한 6개월간은 스타리그 본선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불과 6개월전까지만 해도 어느 대회에서 누구를 만나도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던 그의 강력한 포스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급격한 추락이 아닐 수 없다.
# 이어진 악재가 부진의 원인
이윤열은 지난 7월 부친상을 당했다. 교통사고가 원인이었다.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부친의 죽음은 이윤열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프로게이머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의 이윤열에게는 부친의 빈자리에 대한 허전함과 슬픔이 전투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프로리그에서 그와 함께 팀의 기둥 역할을 해 온 이병민의 이적도 이윤열이 개인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크게 감소시켰을 것이 뻔하다. 팀으로서는 에이스인 이윤열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윤열 자신도 개인전보다는 팀의 성적에 더 큰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버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이윤열이 개인전에서는 모두 PC방 예선부터 시작해야 하는 나락으로 떨어졌음에도 프로리그에서는 다승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가 많은데다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평준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도 그의 성적 부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윤열 자신은 자기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승수 쌓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 한번은 겪어야 할 슬럼프
그렇다면 영원히 슬럼프를 모를 것만 같았던 이윤열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온 것인가. 이를 두고 임요환이 그랬고, 홍진호와 박정석 등이 그랬듯이 이윤열도 한번은 넘어야할 고비가 바로 지금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를 두고 한 게임단 감독은 “윤열이 자신이 슬럼프라고 생각하면 슬럼프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다”는 묘한 말로 표현한다. 선수 자신이 마음 먹기에 따라 슬럼프가 올수도 있고, 극복해 낼 수도 있다는 다분히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또, 요즘 잘 나가는 한 프로게이머는 “예전에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실력차이가 있어서 잘하는 선수는 하던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었지만 요즘은 프로게이머들 실력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든 쉽게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누가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보다 앞선 전략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더이상 한 선수가 연속 우승을 하는 경우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이윤열도 앞으로 상대선수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평소 이윤열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송호창 감독은 “윤열이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다”며 슬럼프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최근 개인리그 보다는 프로리그에 집중하는 상황이라 개인전에 준비를 다소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윤열 자신도 얼마전 인터뷰를 통해 “그저 두세경기 졌는데 그것이 대단히 중요한 경기였을 뿐이다”고 밝힌 바 있다.
# 프로리그에 올인?
이같은 상황에 이윤열이 최근 프로리그에서는 예전의 강력한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이윤열이 과연 슬럼프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스카이 프로리그’에서 이윤열이 거둔 개인전 성적은 5승 1패. 다승 부문에서 Soul의 박종수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그의 선전에 힘입어 소속팀인 팬택앤큐리텔은 후기리그 들어 처음으로 KTF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윤열은 “앞으로 프로리그에 올인해 개인전에서의 부진을 씻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 남은 경기가 프로리그뿐인 만큼 팀의 에이스로서 제몫을 다해서 팀을 우승시킨 후 그 여세를 몰아 스타리그 본선무대에 복귀하겠다는 것이 최근 그가 마음속으로 다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이윤열이 스타리그에서 보인 경기 결과는 ‘슬럼프’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사실 이윤열도 최근 들어 그동안 많은 마음 고생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팬들의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높다.
프로리그에서의 선전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팬들은 그가 하루라도 빨리 스타리그 본선 무대에 복귀하기를 원한다. “‘수달’이 없는 스타리그는 허전하다”며 그의 부활을 기다리는 많은 팬들은 조만간 다시 그의 승전보에 환호성을 올리며 함께 기뻐할 날이 올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