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럿공장장’에서 ‘사신’, 그리고 ‘승부사’라는 닉네임을 얻은 오영종이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스타리그 3연속 우승을 끝내 좌절시키고 자신의 첫 스타리그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반면 온게임넷 스타리그 3회 우승을 노리던 임요환은 지난 ‘에버2004’ 대회에서 최연성에게 무릎을 꿇은 후 또 다시 3회 우승이 좌절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5일 인천시립전문대 체육관에서 벌어진 ‘So1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오영종은 5전 3선승제의 마지막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임요환을 누르고 ‘스타리그 첫 진출에 우승’이라는 ‘로열로드’의 영광과 상금 2000만원을 차지했다. 우승 직후 오영종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기쁜 일은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라며 “멀리까지 응원하러 와주신 부모님과 팬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부릅뜬 눈매에 ‘누구와 붙어도 두렵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오영종은 신예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와 준비해온 치밀한 전략으로 이번 ‘So1 스타리그’ 뿐 아니라 전체 스타리그 결승 사상 최대의 이변을 연출하며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다.
대다수의 게임 전문가들은 임요환의 3회 우승을 점쳤다. 결승 장소인 인천전문대체육관을 찾은 수많은 임요환의 팬은 그의 마지막 GG 메시지에 탄식을 자아냈다. 오영종은 “연습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긴장하지만 않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경기가 잘 풀렸다. 로열로드를 밟게 돼 영광이고 너무나 기쁘다”고 울먹였다.
그의 첫 우승은 연습에 연습을 더한 연습의 힘. 앞서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해 스타리그 4번시드를 받고 본선에 올랐을 때부터 그는 지독한 연습광으로 알려졌다. 올초 주전멤버의 대거 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플러스팀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에이스를 자처했다.
“에이스를 맡아야 출전기회도 많고 경험도 쌓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제대로 맞아 떨어져 프로리그 팀 주전으로서 출전 기회를 자주 갖게 됐고 동시에 평균 20게임씩 하던 연습량을 2배 이상 높인 50게임씩 했다. 보일러가 터져 팀합숙소에 물이 흥건히 고였어도 연습은 이어졌고 집과 친구로부터의 안부전화도 연습 중에는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영종은 스타크래프트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경기 때면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너무 매서워 마치 이기지 못하면 내려오지 않을 듯 보이는 오영종. 하지만 그의 실제 모습은 수즙음 많은 소년이다. 지난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정식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한 오영종은 대부분 그렇듯 공부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고, 특히 누나만 둘인 외동아들이었기에 스스로 느낀 심적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결국 스타리그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지금 가장 먼저 그 영광을 돌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가족이고 어머니다. 그는 “ ‘이왕에 시작했으니 최고가 되라’고 한 엄마의 말을 항상 명심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우승을 차지한 현재에도 그의 목표는 하나다. 개인리그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고 2회, 3회 우승이 탐나기도 하지만 일단 팀 에이스로서, 특히 챔피언이라는 자리에 걸맞는 멋진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첫 우승인데 소감은.
▲ 부모님이 항상 오셔서 뒤에서 돌봐주고 응원해주어 힘이 됐다. 또 우승을 차지해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 스타리그 우승자가 된 만큼 앞으로 위치에 걸맞는 성적과 플레이를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 팬, 팀원, 감독님 모두 모두 고맙다.
- 우승의 원동력은.
▲ 스스로 생각해도 마인트콘트롤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이라 첫 경기부터 심적 압박이 무척 심했다. 다행이 앞에 두경기를 이겼는데 다시 내리 두경기에 패해서 압박감이 더했다. 침착하자며 스스로 마음을 잡고 5경기에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 상금은 어디에 쓸 것인가.
▲ 일단 팀원들에게 한턱 쏘고 부모님, 어머니에게 다 드릴 생각이다.
- 패한 임요환 선수에게 한마디.
▲ 정말 잘하는 선수이고 존경하는 선배인데 결승까지 와서 졌으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다음 번 결승에서 다시 한번 붙었으면 좋겠다.진한 영광만큼 아쉬움도 큰 것일까. 일명 ‘황제의 귀환’으로까지 얘기될 뻔했던 이번 결승에서 임요환은 결국 또 한번 쓰라림을 맛봤다. 어느 때보다 자신 있었고, 여유있던 모습이었기에 아쉬움과 패배의 쓴맛도 진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의외로 임요환은 담담한 모습이다.
패배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많은 시간을 연습했고 여러 전략을 준비했지만 내가 못해서라기보다 오영종 선수가 워낙 잘했기 때문에 준비한 전략들이 먹혀들지 않은 것”이라며 상대선수를 칭찬하는 여유도 보였다.
경기전 “만약에 지더라도 과거(최연성과의 결승)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라는 말로 당시의 서러운(?) 눈물을 다시는 보이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지만 말을 끝마치며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끝내 감추지는 못했다.
결국 스타리그의 역사로까지 얘기되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스타리그 3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은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50만명을 넘어선 그의 팬들은 내년에도 다시한번 임요환이 결승에 서는 것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