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지존을 향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와 넥슨(대표 김정주)의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엔씨가 최근 ‘스매쉬스타’ ‘SP JAM’ 등 캐주얼 게임을 잇따라 출시하며,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구가중인 넥슨의 추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넥슨은 ‘제라’란 정통 팬터지 MMORPG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두 업체 모두 자체 개발 또는 퍼블리싱 게임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형성, 내년 이후 전방위에서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독일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은 축구의 해다. 대한민국 게임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엔씨 대 넥슨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축구로 풀어봤다.
‘4-4-2’냐 ‘4-3-3’이냐. 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다. 4-4-2는 공격에 투톱을 두고 수비와 미드필드를 두텁게 하는 전통적인 수비 위주의 포메이션이며, 4-3-3은 공격에 3명을 배치하는 공격형 포메이션이다. 최근엔 3-5-2 시스템 등 다양한 전술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전술이 대체로 기본형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엔씨의 포메이션은 4-4-2의 틀을 잡고 있다.
2003년말 ‘리니지2’의 등장 이후 부동의 투톱을 형성하며 엔씨 공격을 주도해왔다. 이들을 받쳐줄만한 수비진이 취약한 약점을 안고 있었지만, ‘리니지 형제’의 공격력은 가히 국내 최강이다. 그동안 넥슨은 물론 많은 게임업체들이 엔씨의 공격력에 도전했지만, 누구도 그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리니지 형제’의 호흡은 환상적며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 남아 엔씨소프트의 주 골게터(수익원)로서 임무를 다하고 있다.
# 골 결정력은 ‘용호 상박’
이에 맞선 넥슨은 포메이션은 4-3-3 시스템이다. 최전방 쓰리 톱에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비앤비’가 포진하는 공격형이다. 이 중‘카트라이더’는 무려 1300만의 팬(회원)을 확보한 대표적인 국민게임으로 인기 절정이다. 넥슨의 대표적인 골게터로 자리매김하며 강력한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좌우측 날개는 ‘메이플스토리’와 ‘비앤비’의 몫이다. 막강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오랜 서비스를 통해 다져놓은 유저들이 이 둘의 활동 범위를 보장한다.
넥슨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미드필드 진용이 더욱 강력해졌다. 붙박이 주전인 ‘마비노기’를 축으로 차세대 주자인 ‘워록’과 ‘제라’가 힘을 보탠다. 특히 ‘제라’는 왼쪽 자리를 맡아 엔씨소프트의 ‘시티 오브 히어로’와 ‘타뷸라라사’에 맞써 MMORPG의 왕좌 자리를 노리고 있다. ‘마비노기’는 중앙 미드필드로서 공수 양쪽을 조율하며 넥슨을 보필하는 핵심 선수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넥슨의 미디필드진에 비해 엔씨소프트측이 다소 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넥슨에 비해 선수층(게임)이 엷었기 때문. 그러나 엔씨가 대거 유망 선수를 확보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향후 엔씨의 미드필드를 책임질 선수는 오른쪽부터 ‘SPJAM’ ‘스매쉬스타’ ‘엑스틸’ ‘시티 오브 히어로’다. ‘스매쉬시타’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성으로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게임은 ‘리니지’와 ‘리니지 2’를 지원하면서 향후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SP JAM’과 ‘엑스틸’을 도와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엑스틸’과 ‘SP JAM’은 넥슨의 빈 공간을 침투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주 임무다.
# 허리는 넥슨, 조커는 엔씨
수비진 역시 현재로선 엔씨소프트의 근소한 우위가 예상된다. ‘토이스트라이커’ ‘젊은 한판’ ‘길드워’ ‘타뷸라라사’로 짜여진 엔씨 수비진이 넥슨의 최종 수비진인 ‘빅샷’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루니아전기’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성적만을 감안한 것일뿐 앞으로는 달라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길드워’가 해외 유저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절치부심하고 있고,‘타뷸라라사’는 세계적인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의 조련하에 동계 훈련을 거쳐 내년에 큰 일을 낼 태세다. 둘 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작품들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넥슨의 수비진은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란 점이 강점이다. 온라인 게임 초창기 시절부터 부동의 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등은 어떤 상대의 공격에도 아랑곳없이 골문을 굳건히 지켜낸다. 특히‘빅샷’은 활발한 오버 래핑으로 엔씨소프트의 ‘토이스트라이커’를 유린할 태세며, 외부에서 영입한 ‘용병’ ‘루니아전기’는 ‘시티 오브 히어로’와 ‘타뷸라라사’를 대항할 신인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축구에선 결정적인 순간에 교체선수로 투입돼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조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엔씨 대 넥슨 대결 역시 마찬가지. 엔씨는 특히 최근 넥슨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즉시 투입이 가능한 ‘조커’를 집중 양성하고 있다. 조커군에는 ‘아이언’ ‘리니지 3’ ‘킹 오브 파이터즈 온라인’ ‘사무라이 쇼다운 온라인’ ‘메탈 슬러그 온라인’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게임들이 즐비하다. 일각에서는 엔씨 벤치에 앉아 있는 게임들의 개발비만 모아도 블록버스터급 MMORPG를 만들 수 있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다.
# 감독 용병술도 중요한 변수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넥슨은 그들만의 ‘허들 시스템’으로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물량 공세를 벼르고 있다. 허들 시스템이란 수 많은 아이디어에서 기획-프로토타입-알파테스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내부 심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곧바로 파기되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 허들을 넘듯이 살벌한 내부 검토에서 뛰어 넘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만 선수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각 작품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엔씨소프트는 뛰어난 개발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그 어떤 게임이라도 재미있고 중독성 강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매쉬스타’. 기획서가 완료되자 불과 6개월 만에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으며 12월 내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순발력을 갖춘 곳은 오로지 엔씨소프트 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리니지’와 ‘리니지2’의 공격력이 워낙 가공할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등이 스위퍼로 버티는 넥슨 수비진이 막아내기 버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축구는 개인기보다 조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호흡을 맞춘 넥슨의 패밀리 게임들이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의 토털 사커를 구사할 경우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독이자 골키퍼역할을 하는 김택진·김정주 사장의 용병술도 중요한 변수다. 모든 전략과 전술을 짜고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중심에 두 사람이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엔씨와 넥슨이 앞으로 펼쳐갈 게임이 월드컵 못지않은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