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민등록 요구 관행 개선해야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 공포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바람직한 조치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재산이나 재물 등 부당이익을 노리지 않고 게임사이트에 단순 도용했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내용의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 공포안’을 이달 공포절차를 거쳐 9월 시행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며 인터넷이 삶의 한 수단이 된만큼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개인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정신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심대한 문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당연한 일이다. 주민등록번호 도용은 범죄행위며 정부와 기업, 개인이 나서서 막아야 할 사안이다.

최근 리니지 사태만 해도 그 피해자가 갈수록 느는 추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피해를 본다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따라서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주민등록번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개인인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개인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거의 모든 인터넷사이트나 통신서비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외부로 누출되면 입수한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남을 속일 수 있다.

 이런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 남의 정보를 도용해 휴대폰과 불법 복제폰을 만들고, 남의 신분을 가장해 인터넷 쇼핑·금융 사기범죄 등에 악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관리해야 할 기관의 관리 소홀로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얼마 전 건국대 한상희 교수팀에 의뢰한 ‘주민등록번호 사용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정서식 전체의 47.1%가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으며 민간서식은 전체의 42.0%에서 주민번호 기재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이 같은 관행은 고쳐야 한다. 꼭 필요한 때에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정부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단편적인 대책을 내놓지 말고 범정부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대체나 휴대폰 인증, 국내 유수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해킹 감시 등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개인과 기업의 보안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사용 인구 급증과 사이버 세상 의존도가 높아가는 현실에 맞추어 기업이 사이버범죄 예방과 대처방법 강구에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개발을 하며 전문인력도 보강해야 한다. 또 국민에 사이버 안전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도 해야 한다. 각급 학교에 정보보호 과목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IT강국에서 이제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안전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조사결과 리니지 신규 계정 중 도용된 주민등록번호가 무려 122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전문 크래커들은 해킹으로 포털이나 회원제 사이트의 고객정보를 탈취해 이를 사용하거나 대량 유통시킨다. 정부가 온라인 보안 의무조항 등을 마련해 범국가적인 사이버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이 같은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고 나아가 인터넷 강국의 명예를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