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에 IT분야 입체대응을

 한·미 FTA 협상개시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IT 관련 부처 및 단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측의 요구 내용을 파악하기에 분주했던 IT관련 단체들은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열심이다. 정부도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세미나와 공청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한·미 FTA를 준비하는 IT 관련 부처와 단체·업계의 자세를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업이나 금융처럼 강력한 요구나 우려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IT분야가 한·미 FTA협상에서 최대 수혜자여서 업계와 정부 모두 표정관리와 몸조심에 주력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또 하나는 전자·통신·방송 등 IT분야를 아우르는 통합된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는 전자대로, 통신은 통신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제각각 현안 대응에 바쁠 뿐 전체의 수지타산을 뽑아내는 곳도, 통합된 대응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미온적이고 조심스런 태도는 한·미 FTA가 대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고 가장 많은 혜택을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IT산업이 누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제조업의 대미 수출이 44억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미 수출이 42%, 수입이 32%를 차지하는 전자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한·미 FTA가 IT산업에 가져다 줄 플러스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우선 대미 주력 수출품목인 휴대폰·반도체·컴퓨터는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FTA 타결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직접적인 수출증가 효과는 사실상 없다. 다만 TV·냉장고 등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 가전제품 등에서는 수출 증가가 예상되지만 주력품목과 비교해 금액이 크지도 않을 뿐더러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수출 증대 효과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반면 미국 측의 요구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통신과 방송에 가해지고 있는 외국인 진입제한의 철폐에 맞춰져 있다. 미국은 기간통신사업자 외국인 지분제한 49%의 해제를, 지상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의 외국인 지분제한 폐지를 각각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현지의 사업체 없이 서비스가 가능한 국간 통신서비스 허용, 위성방송의 외국방송 재송신, 지상파 및 케이블TV의 외국프로그램 쿼터축소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통신과 방송을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시킨 지 10년이 지났으며 세계적인 거대 기업군이 융합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직 통신과 방송 서비스 간 융합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국내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미국 측의 요구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안들이 아닐 수 없다. 만의 하나 미국 측의 요구대로 관철된다면 그 파장은 IT제품 수출 증대효과를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어차피 협상은 양보를 전제로 하는만큼 무엇을 지키고 어느 것을 양보하는 것이 좀더 유리하고 득이 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 놓아야 한다. 통신과 방송이 분리돼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통·방 융합을 위한 준비기간과 함께 통신과 방송 시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협상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통합된 IT시장과 제도를 정착시킨 미국은 통신이 안 되면 방송으로, 방송이 안 되면 통신으로 공격과 방어 대상을 적절히 바꿔가며 우리 IT서비스 시장을 열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것은 불문가지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는 주무 부처별로 ‘절대 양보는 없다’는 원칙적인 수준의 발언만 되풀이하고 있고 업계도 ‘우리만은 안 된다’는 식의 자세만을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통신과 방송이 적전분열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